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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paysment님의 서재
어머니, 기억나세요? 택시를 타고 중앙시장엘 갔다오며 나는 참 오디를 잘도 먹었죠 원성사거리 빠리뽀숑 제과점 앞, 지금은 한참도 옛날에 없어진 카센타인지 뭔지를 지나며 감나뭇잎들 사이로 부서지고 개켜지던 햇살, 뽕나무 열매 먹은 뽕나무 방귀가 뿡뿡 내뿜는다던 엉터리 가사의 노랠 들려주시면 나는, 오디즙에 끈덕하니 검붉어진 손과 입술로 까무러치게 웃었더랬죠 지금 그노랜 어찌 부르는지 기억도 안 나요 누군가에게 불러주던 시간들은 다 그렇게 흘러가게 마련인데 어머니, 이렇게 초봄 바람없는 밤에 어디서 주무시나요? 그 때 우리 검은 비닐봉다리에선 오디가 끝도 없이 나왔더랬죠 냉장고 안 즐비한 생크림통들 하얗게 그리워지는 유년의 빵집처럼, 아직 매끈하고 촉촉하던 손으로 회초릴 잡고 아랫입술을 깨무시던 다락방 한낮처럼, 바스락대는 햇살에 반짝이던 오디알갱이들이 술먹고 무릎 까진 거울속 내 손아귀에 아직도 비쳤으면 좋겠어요

- ‘17. 3. x. 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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