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실한 사항들을 정석적이고 체계적으로 얻어낼 수 있는 저서는 아니지만, 어쨋든 희소성 있는 인물과 주제를 가볍고 평이하게 접할 수 있게 해준다는 점에서 일독해볼 가치가 있는 교양서이다. 비전문적인 수준에서 매우 쉽게 서술되어 있긴 하지만, 그 쉬운 내용들의 맥락과 의의를 좀 더 제대로 짚어내가며 재미를 느끼려면 타르스키의 이론은 물론이요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전반에 걸친 수학철학적/논리철학적 역사를 약간이나마 알고 있어야겠다. 이론적인 내용보다는 일화적이고 에피소드적인 내용들의 비중이 높고 그마저도 다소 파편적으로 제시되지만, 애초에 전문서가 아닌 가벼운 교양서이니 이를 꼭 단점이라 단정짓기는 어렵다. 외려 그런 점으로 인해 수리논리나 모델론에 일절 관심이 없던 사람에게도 일말의 관심을 쉬이 환기해줄 수 있을 듯하다. 서너시간 반나절이면 능히 다 읽을 분량과 난이도이니, 요사이 하늘 표정 맑아 드는 볕 푸지는 날 주말 동네 어디 한갓진 카페에 물러앉아 오전 한나절 때우며 읽기 딱 좋다. 단, 구매소장보다는 빌려 읽기를 권하고 싶다.
추가적으로, 저자가 인용 혹은 언급하는 문헌들 목록이 전문성과 최신성을 갖춘바 꽤 유용해 보인다. 각잡고 타르스키에 대해 알아볼 요량이라면 제시된 서지사항들을 활용해보는 것도 장기적인 독서전략이 될 수 있을 듯하다. (다만 나는 아직 그렇게는 못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