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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0804님의 서재
  • 하얀 바다
  • 로이 야콥센
  • 15,120원 (10%840)
  • 2024-11-22
  • : 205
로이 야콥센의 소설 《하얀 바다》는, <바뢰이 연대기> 시리즈 1부작 《보이지 않는 것들》에 이은 2부작 소설이다.

배경은 바뢰이 라는 섬에서 사람들이 마주한 전쟁 이후의 참상과 연대하여 일상을 복구해나가는 사람들의 삶, 특히 주인공 잉그리드라는 여성이 겪는 외로움과 슬픔, 그리고 삶에 대한 의지를 그려내고 있다.

p.9 물고기들이 먼저 왔다. 인간은 바다에 손님으로 찾아온 하나의 끈질긴 생명체일 뿐이다.

p.11 이 모든 것은 이 세상이 아닌 다른 세상의 가격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p.32 섬에 산다는 것은 항상 무언가를 찾아 나서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끈질기게 살아남기 위에서 홀로 섬에 남겨졌던, 다시 섬으로 찾아왔던 잉그리드는 직접 바다로 노를 젓고 영국군에 패한 독일군 들의 시체가 섬의 곳곳에 버려졌을때도 직접 다 수습을 하거나 뭍으로 나가 도움을 청한다.

1장에서는 잉그리드 혼자 고군분투 하는 장면이 나오면서 섬에 남겨진 한 러시아 병사를 돌보며 한 가정을 꿈꾸는 상상을 한다. 드디어 외로운 섬 생활에서 벗어나 행복하게 사는 서사가 그려지겠구나 싶었는데 갑자기 잉그리드가 정신을 잃으며 사흘간 잠에 빠져들며 끝이 난다.

2장에서는 잉그리드의 병원생활이 나온다. 자신이 어떻게 병원을 오게 되었는지 주변 환자들은 각자의 아픈을 어떻게 벗어나려고 하는지 등. 전쟁을 겪은 사람들. 세월에 버림을 받았지만 그들의 불행은 실체적인 생생한 것이어서 치유하는데 시간이 필요해 보였다. 그런 아픔을 겪은 인물들을 로이 야콥센 작가는 따뜻하게 감싸안으며 보듬고 있었다. 2장의 마무리는 다시 잉그리드가 잠에 빠져들면서 끝난다.

3장에서는 어린 잉그리드가 바뢰이 섬으로 입도하기 전 가족, 친지들과 일상을 평화롭게 보내는 장면이 나온다. 양을 키우고 우유를 짜면서. 섬에 하나 둘 돌아온 사람들은, '거친 섬 생활에 익숙한 사람들은 삶의 바닥에 이르지 않도록 항상 조심해야 한다고.' 바닥에서 겨우 벗어나는데도 굳은 의지를 갖고 하루를 소중하게 살고 있었다.

p. 220 용기를 낸다는 것은 포기하는 행위의 일부이기도 했다.

p. 225 가까이 있던 누군가가 죽었을때 자신의 삶을 지속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어떻게 보면 섬, 바다, 겨울, 전쟁 들의 참혹한 상황이 생생하게 놓여진 상황에서 잉그리드가 맞이한 삶이라는 것은 본인의 의지가 아닌 추위와 고독 등과 마주 하며 오롯이 버텨내야할 유일한 주체적인 자기 자신의 정신과의 싸움인 듯 보였다.

바뢰이 섬은 여전히 침묵하는 땅이고, 쉽게 무언가를 내어주지 않았다. 그러나 결국 일어서게 만드는 의지는 사람들 사이의 교역과 함께 남은 자들이 서로 손잡고 일어서려는 웃음, 새로운 생명의 탄생이 이 섬을 침묵에서 깨우고 있었다.

사랑하는 사람이 남기고 간 누군가는,

" '나는 당신을 사랑합니다' 라고 적혀 있네요." 라는 삼 행의 아홉 번 같은 말이 적힌 종이를 들고 떠난 사람도 기분좋게 웃으며 보내주면서 언제든 돌아올 수 있기를 기약한다.

전쟁이 끝나고 평화와 함께 사람들이 돌아오고, 세상의 회색 가장자리라 할 수 있는 바뢰이 섬에서 무의미한 존재로 여겨질법도 한 사람들은 내일의 꿈을 꾸듯, 첫 겨울 폭풍이 다가오는지도 모르고 열심히 눈 앞에 놓인 하루를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

책을 덮으며 처음에는 영화 '블루 라군' 의 낭만적인 섬 생활을 생각하다가 점점 읽으며 온통 잿빛, 회식빛의 장면이 상상되었다. 끝까지 이 책은 화려한 컬러의 세상의 삶으로 비추진 않아도 회색의 삶은 암흑의 삶도 아니고 그 안에 잔잔하게 삶의 바다가 물결치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아름다운 책이었다.

정현종 시인의 '섬' 유명한 시가 다시 한번 생각 났다.

사람들 사이에 섬이 있다. 그 섬에 가고 싶다.

그러나 가끔 가는 섬은 머물기 좋지만 일상의 삶을 섬에 머물기란 너무도 가혹한 것 같다. 꼭 그 섬은 지리적인 섬이 아니더라도 우리 주변에 머물고 있는 섬, 가정, 직장 그 어느 곳일 수도 있겠다.


_이 서평은 도서출판 잔의 도서제공으로 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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