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랜만에 츠바이크 작가의 글들을 만나기 위해
먼지 쌓인 책장을 들추어 냈다.
'광기와 우연의 역사' 를 읽었던 학생때부터
난 그의 열렬한 팬이었다.
그의 글은 군더더기 없이 깔끔했으며
인물에 대한 객관적인 묘사와 현재를 사는 사람들에게
마치 과거의 인물을 통해 우리는 반복된 역사를 살고 있으며
여전히 삶은 살만하고, 아름다운 것이다 라고
깊이 있는 시선을 고집하며 다소 무뚝뚝하지만 계속 말을 걸고 있었다.
10대 이후 여러 시간을 거치며
몸과 마음이 다소 지쳐있던 중년의 나에게
그는 아직도 살아볼만하지 않은가 하며 손을 내밀고 있었다.
이번에 다산초당 출판사에서 나온
슈테판 츠바이크의 '어두울 때에야 보이는 것들이 있습니다' 라는 에세이의
출판 소식을 듣고 아직도 출판되지 않은 이야기가 있었구나 하고 놀란 한편
무척 반가웠다.
이 책은 작은 집에서 나와
매일 아침과 저녁을 함께 머무는 이와
소리내어 하나씩 읽어나갔다.
9편의 에세이 속에는
1. 돈 없이도 어떻게 살아갈 수 있는가 - 돈은 필수인가! 돈을 목숨처럼 쫓지 않았는가...
2. 우리가 주변에서 용기를 내야할 때는 언제인가 - 그건 바로 지금이다!
3. 그럼에도 돈인가, 돈의 가치가 떨어질 수록 삶의 가치가 올라간다는 말은 어디서 오는가...
4. 역사의 순간, 혹은 참혹한 참사의 현장에서 우리의 심장은 그 불행을 얼마나 감당해 낼 수 있나
5. 완벽한 몰입의 존재가 되는 순간은 언제인가 - 영원한 교훈을 주었던 로댕과의 일화
6. 츠바이크 씨가 한 사람, 존재에게 마지막 말(추도사)은 어떻게 기억되는가
7. 우리는 거대한 침묵 앞에 침묵으로서 답하는가
등의 여러가지 질문을 던져준다.
우리는 어떤 상황이나 만남이 우리 삶에 어떤 결정적 영향을 미쳤는지 되돌아보는 시간을 이따끔 가져야 한다. 왜 이 직업 또는 저 직업을 선택했고, 왜 이 도시, 이 집을 선택했을까? 삶의 최종 방향을 제시한 결정적 계기는 실제로 무엇일까? 종종 (아마도 거의 항상) 그것은 소소한 사건이고, 너무 사소해서 나중에는 기억도 잘 나지 않는다.
p.67
지금이 어려운, 어둠의 시대인가.
이 순간에도 벌어지는 참혹한 전쟁의 세계와 불합리한 정치, 싸우고 죽이는 뉴스 등 속에서
나는 얼마나 무관심하게 일관되게 돈을 버는 하루를 살아가고 있는지.
잠시 멈춰 서서 하늘을 한번 보고 뒤를 돌아보고 주변의 고개를 숙이고 폰을 보는 사람들과
무관심한 눈들을 본다.
해보다 밝은 별이라는 말을 좋아했고, 해 뜨기 바로 전의 어둠이 가장 짙었던 순간들을 기억한다.
츠바이크의 글들은 오늘날도 이렇게 무엇이, 어떻게 하면
우리가 야만의 시대에도 존엄을 찾아 굳건하게 버티고 살아갈 수 있을지 질문을 던져준다.
꼭 답을 찾지 않아도 종종 질문의 파도 속에서 잠시 머물러 봐도 좋고
질문에 질문을 물고 깊이 생각해봐도 좋을 시간을 갖게 해주는 츠바이크 씨의 책이다.
우리, 함께 어둠을 밝혀 보자. 빛이 있는 곳으로.
원제는 '걱정 없이 사는 기술 Die Kunst, ohne Sorgen zu leben'
*이 서평은 다산초당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