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쓴 후기입니다.
마치 절대 갈 일 없는 북극에 갇혀버린 기분이 들었다. 먼저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난 뒤 이듬해 어머니마저 보내야 했던 저자는 도시가 낯설었고 슬프고 외로웠다. 유일한 가족인 찌부라는 이름의 고양이를 데리고 자발적으로 북극 마을에서 65일간 보내며 애도하는 시간을 지내기로 한다. 우주의 신비로 가득한 북극에 적응하려면 모든 것을 새롭게 시작해야 한다. 물을 쓰거나 전기를 사용하는 것조차 마음대로 쓰기 힘든 환경이다. 택배를 주문하면 2~3주가 걸리고 영하 20도 이하의 날씨를 버티며 지내야 한다. 한랭 주의보 때는 체감 온도가 55도까지 떨어지니 참 쉽지 않다. 저자가 머문 포인트 배로우라는 마을에서 북극이라는 극한 환경에 적응하고 찌부와 함께 삶의 소중함과 의미를 깨달아간다. 부모의 부재로 인한 공허함으로부터 자신을 지켜내야 했다.
어두컴컴한 날이 많고 적막한 진공의 세상에 와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2022년 11월 20일부터 2023년 2월 8일까지 거의 석 달에 가까운 체류 시간은 저자에게 무엇을 남겼을까? 애초에 특별한 목적보다 스스로 찾아간 곳에서 매일매일 반복되는 일상을 회복하고 싶었을 것이다. 익숙하지 않은 공간과 아는 사람 하나 없는 북극에서 자신이 살아있다는 걸 매일 확인받기 위해 필요한 시간이었다. 일기 형식으로 쓰인 책이지만 어느 에세이 못지않게 빛나는 문장으로 가득하다. 자연에 대한 섬세한 묘사와 무덤덤한 글은 군더더기가 없다. 어떻게든 살아지고 주변 이웃 덕분에 찌부와 단둘뿐이지만 외롭지 않다. 상실의 아픔을 회복하고 애도하는 방법은 모두 제각각이다. 책 중간마다 실린 사진을 보고 있으면 이루 말할 수 없는 온갖 감정이 밀려오는데 시공간이 멈춘 것 같다.
"시간 개념을 바꾸는 존재의 현전을 느끼며 아버지와 어머니의 영혼이 더 가까이 느껴졌다."
비슷한 일을 겪은 내겐 글마다 마음에 스며드는 것 같았다. 생명이 태어나면 반드시 죽는다는 것은 자연의 이치인데도 영원한 작별은 결코 쉽지 않다. 가슴에 새길 뿐 살아있는 동안 문득문득 떠올리는 건 기억조차 지울 수 없기 때문이다. 저자는 북극에 머무는 동안 크리스마스도 지내고 새해도 맞이하며 오로라도 감상했다. 찌부와 함께 포인트 배로우에 머물며 지내는 동안 신비로움으로 가득한 북극 환경을 사진에 담는다. 극야일기는 무슨 특별한 일을 기록한다는 의미보다 하루를 버텨내며 생존 확인과 애도를 위한 방법이었을 뿐이다. 이제는 기억에 묻어야 할 지난 일이다. 외로움조차 이겨내야 할 동반자이며, 극한의 환경 속으로 나를 밀어 넣어 슬픔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했다. 자유롭게 나타났다 사라지는 오로라와 대자연을 보며 마음을 치유했으면 좋겠다.
"어제 아버지, 어머니, 오빠, 언니 모두 함께 미국의 몬탁 바닷가에 놀러 간 꿈을 꾸었다. 바닷가의 예쁜 집을 빌려서 묵고 있었는데 모두 환하고 행복해 보였다. 아버지가 하하하고 웃으시고 모두 건강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