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이 시작인 곳
yjy202 2025/02/21 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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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고 밤은 온다
- 도노 가이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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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0) - 2025-02-20
: 510
'누구에게나 평등하게 찾아오는 마지막 밤' 이 한 문장으로 이 책의 의미를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생명을 가지고 세상에 태어난 이상, 생명을 떠나보내야 하는 순간이 두려운 것은 당연지사이다. 그러나 어느 누구도 그 순간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에 언제가는 받아 들여야만 한다.
여기, 원하든 원치않든 바로 그 순간을 기다려야만 하는 이들이 한 공간에 모여있다. 시한부 환자들의 마지막 순간을 지키는 호스피스 완화의료 병동은 오늘도 천국과 한 발짝 가까워지고 있다.
나는 예전부터 호스피스 병동에서의 삶이 궁금했었다. 삶과 죽음이 공존하는 곳, 같은 아픔을 나누는 이들을 보는 것은 위로가 될 지? 오히려 고통일 지?
그러나 인간은 살아가는 동안에 모두 달랐듯, 죽음을 기다리는 순간에도 모두 달랐다.
대장암을 앓는 72세 하시즈메 씨는 야구를 좋아한다. 소아암인 12살 가리타 고타로우 엄마는 민간요법들을 쓰며 아들을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는다.
유방암의 44세 마쓰모토씨는 아들의 크리스마스 선물이 고민이다.
병동에는 환자들만 있는 것이 아니다.
의사, 간호사, 임상병리사, 약사 등 많은 사람들이 그 공간에서 함께 숨쉬고 있다. 매 순간 고통스러워 하는 이들을 보는 것이 그들의 일이고, 어제까지 인사 나누던 이가 떠나는 것을 매일 겪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다.
그곳에 유령이 나타난다는 소문이 돈다.
유령이 나타나도 가장 무서워하지 않은 곳이 바로 호스피스 병동일 것이다. 소문으로 들리는 유령은 여자라는 말도 있고 남자라는 말도 있다. 유령이니까 보는 이에 따라 다 달리 보이는 걸까?
유령이 미련이 남아서 이승을 떠나지 못한다고 하지만 사실, 미련은 살아남은 이들의 감정이다. 그 마음으로 보면 우연한 순간, 보이는 마른 억새풀도 유령으로 보인다.
"호텔 델루나" 라는 드라마가 있었다.
죽은 자가 저승으로 가기 전에 쉬면서 못다한 마음을 풀고 가는 곳, 어쩌면 호스피스 완화병동을 모티브로 한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유사하다.
삶과 죽음이 별개의 것이 아닐 지도 모른다. 생명이 있는 것과 없는 것은 모두 하나의 선으로 이어지는 것이지 뚝 끊어져서 갑자기 달라지는 것이 아니다. 그 모든 것은 남은 자들의 몫일 뿐이다.
언제 떠나도 이상하지 않은 곳 그러나 자신의 마지막을 스스로 정리할 수 있는 곳! 그곳에서는 끝이 끝이 아니고, 마지막이 시작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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