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의 만약
yjy202 2025/02/16 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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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경왕후
- 황천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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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0) - 2025-02-01
: 215
한때, '육룡이 나르샤' 라는 드라마가 인기리에 방영된 적이 있었다. 이 드라마를 보며 주인공 이방원 캐릭터에 매료되어 한동안 태종관련 책을 역사서와 소설할 것 없이 다 찾아본 적이 있었다.
태종 이방원은 조선 왕중에서 유일한 과거 급제자이자 이성계의 아들로 문무를 겸비한 인물이었다. 왕자의 난으로 인한 피의 혁명 조차도 당시에는 어쩔 수 없는 선택으로 보였으니,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 맞긴 하다. 물론, 그가 칭송받게 된 것은 아들 세종이 왕이 되어 이룬 엄청난 업적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그의 흑역사 중 상당 부분을 모른 척 하려해도 이건 좀 하남자 스러운 것은 원경왕후에 대한 처신이다.
그녀의 친정이 외척으로 득세하는 것을 막고자 한 의도까지는 알겠으나, 그냥 그런 왕자였던 시절부터 자신의 옆에 있었던 아내를 향한 태도가 왕이 되며 바뀐 것은 안타까운 부분이다. 아내를 잔인하고 교활한 여인이라고 까지 해야했을까?
시대가 바뀌고 인식도 바뀌면서 최근에는 바로 원경왕후의 시선으로 이방원을 보는 드라마도 나왔다.
이 책은 남성의 기록인 역사가 담지 못한 그녀의 이야기를 소설을 통해 풀어내며 우리에게도 새로운 시선으로 그들을 보도록 제시한다.
소설의 시작은 소헌왕후가 세종에게 원경왕후의 말을 전하며 시작한다.
태종이 "자신의 지근거리에 있는 사람들의 목숨을 앗아가고 주변 모든 여자를 자신의 소유물인 양 마음대로 취급한 모든 일은 태상왕의 자격지심 때문" 이라고.
지금으로 따지면 오랜세월 명망있는 민씨집안의 숙덕에 비하면 변방 무인 이성계의 아들 방원은 상대적으로 '개천 용' 같은 존재였다. 마치 온달과 평강공주처럼, 민씨집안과 숙덕은 혈기만 왕성한 방원을 다듬어 나갔다.
방원이 왕위에 오르기 까지의 과정이 비단 방원에게만 힘든 여정은 아니었다. 방원이 삐끗하면 숙덕과 자식들까지 모두 죽을 운명인데, 그녀인들 어찌 두렵지 않았을까?
그러나 숙덕이 보통 여인이 아닌 것은 분명하다. 왕의 기록인 역사가 그녀를 아무리 악처로 그리고 싶어도 그녀가 방원의 왕위등극에 기여한 사실과 그녀의 학식마저 폄하할 수는 없었다. 세종이 책을 좋아하는 천재였던 것도 모계 유전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그녀는 현명했다.
다만, 그녀는 지아비를 너무 믿고 사랑했다. 그녀의 지아비 역시 아내를 지극히 사랑했음에도 그가 떨칠 수 없는 자격지심에 몸부림칠만큼 원경왕후는 태종에게 너무 큰 산이었다.
치열한 부부싸움은 애증의 행위였다. 그들은 왕과 왕후이기 이전에 그저 서로서로 사랑받고 인정받고 싶어하는 나약한 존재들이었다.
그러나 원경왕후가 태종보다 더 큰 사람이었다. 자신의 가족이 몰살되고, 지아비가 수많은 여인들을 안으며 그녀를 모욕하려 했음에도 그녀는 흐트러짐 없이 자신의 자리를 지켰다. 그 세월이 얼마나 한스러웠을 지는 상상이 되는 바이다.
역사에 '만약' 은 없다고 하지만, 그럼에도 궁금하다. 젊은 날 방원이 숙덕과 연을 맺지 않았더라면, 또는 숙덕이 방원의 혁명을 지지할만큼 큰 여인이 아니었다면 조선의 역사는 어떻게 달라졌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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