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음.)
'비교하고 검토하는'이 교열較閱의 원래 뜻풀이라는 것은 1권 후반에 나온다. 그러니까 일어 원제로 보았을 때 이 제목은 사실은 동어반복이다.
이야기의 무대가 되는 곳은 실제 일본 대형 출판사 신쵸샤의 교열부다. 신쵸샤는 유명 저자를 보유하고 있는 유서깊은 출판사로 편집부와 교열부를 따로 운영하고 있으며, 교열부 인원도 50명씩이나 된다. 그제서야 일본 드라마 '교열걸 에츠코'가 떠오르면서 일본에만 있는 부서 이름이구나! 알게 되었다. 교열부만 50명이라니! 심지어 한 원고에 인하우스 교열자 두 명과 외주 교열자(책에서는 외교자라고 한다) 한 명이 붙어 세 명이 교열을 보는 시스템이라니! 한국에는 편집자가 50명 이상 있는 출판사도 드물지 않나? 라는 생각을 했다. 물론 신쵸샤가 전통을 지키고 있는 편이고 교열부를 따로 두지 않는 출판사도 많다고 중간에 언급되지만, 이런 시스템 아래에서 편집은 또 어떻게 이루어지고 얼마만큼의 공이 들어갈까? 생각하게 될 수밖에 없었다. (멋진 시스템이지만 또 교열자는 편집자보다 임금이 적고 출판의 과정에서 지위나 중요도를 덜 인정받는 등의 문제는 있다는 것도 알았다.)
읽으면서 한국과 다른 일본의 출판계에 여러 번 놀랐는데, 또 하나는 작가나 맡은 글마다 그에 맞는 교열을 위해 각자 다른 특색이 있는 여러 가지 사전을 참조한다는 것이다. 사전이 여러 종류라고? 표준국어대사전 외의 사전을 모르는 한국인으로서는 아리송한 장면이었다... 하지만 그런 전통과 역사가 있을 수 있는 건 전쟁이나 식민지를 겪지 않은 탓이 아닌가? 하며 식민지 경험이 있는 나라의 시민으로서 괜한 분노도 했다 (ㅋㅋ)
이런 시스템을 유지할 수 있을 정도면 일본 출판계는 아직 책이 많이 팔리는 모양이라고 조금 부러웠는데, 2권 후반에 '사실 다 책 팔자고 하는 일인데 읽는 사람은 줄어들고 있다'는 말이 나와서 이쪽도 비슷하다는 걸 알 수 있었고, 조금은 슬펐다.
책의 마지막 대사는 '책도 결국 사람이 엮는 일이다'라는 큐쥬 씨의 대사다. 번역본으로 본 바 정확한 원어의 문장은 알 수 없는 일이지만, 추측해보건대 '엮다'는 일본어로 編む라고 하고 편찬할 편 자로 편집자의 '편'과 같은 글자를 쓴다. 책을 만들 때, 직물을 짤 때, 옷을 뜰 때, 무언가를 손으로 만져 유형의 산물로 만들어 낼 때 쓰는 글자다. 책은 아이디어를 손에 잡히는 것으로 만들어내는 일이지 않은가. 그런 의미에서 나는 실 사糸자와 책 책冊자로 구성된 이 글자를 좋아하고, 다름 아닌 이 글자로 큐쥬 씨가 이야기를 닫아서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