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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네임님의 서재
  • 나를 마릴린 먼로라고 하자
  • 한정현
  • 12,600원 (10%700)
  • 2022-02-16
  • : 599
영미문학 공부를 하는 사람이기도 하고 한국문학은 잘 안 맞는 거 같아서 안 읽었는데 뭐 어쩌다 구매하게 되었어요. 위에도 썼지만 정말 너무 재밌더라고요. 저는 마지막으로 갈수록 오히려 재밌었거든요? 추리 소설이라 쫄깃했어요. 정보값도... 취향 차이 같은데 저로서는 별로 나열이나 르포처럼 안 느껴졌어요. 너무 재밌어서 이 책에 대해서 몇 가지만 리뷰를 써봐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한 키워드가 몇 개 있었어요. 우선은 일상 속 관계들이 너무 재밌게 설정되었어요. 이 일상 이야기가 역사적인 사실 가운데 잘 녹아든 거에요. 아 정말 이 일상 에피소드에서 저는 제일 마음에 들었던 것이 신바와 설영의 관계에요. 저는 이 둘의 관계에서 오랜만에 설레임 같은 것 느꼈어요. 성애적이든 아니든 그런 거 상관없이 두근두근 제가 너무 좋아하는 스타일의 관계였어요. 연정과 도영의 관계는 제가 나이가 있고 하다보니 아무래도 눈물이 좀 나더라고요. 요즘 여자 아이들 키우기 너무 겁나는 세상이잖아요. 아이 키우는 사람들은 다 공감할 것 같아요. 현실적이어서 너무 끔찍하게 마음이 아프더라고요. 그리고 설영과 연정, 이 왓슨들의 관계! 너무나 갖고 싶은 관계에요. 약자들끼리 치고박지 않으면서도 그 이유가 분명한 관계. 무작정 여자라고 같은 편, 이런 거 아니라서 너무 좋더라고요. 이 소설 안에서도 나오지만 ‘그냥 남자 여자만 바꿔놓고 여전히 여자가 종속된’ 내용이 아니라서 좋았어요. 이 소설에서는 각자의 위치가 다른 인물들이 그냥 ‘연대’라는 틀 안에서 마냥 선하게만 나오지 않아서 더 입체적이었어요. 솔직히 그게 현실적이잖아요, 각자 욕심내는 것도 있고 여자라고 마냥 착한 것도 아니고. 그런 게 너무 감질맛 나고 좋았어요. 너무 재밌어서 여러번 읽게 만든 원동력이었던 것 같기도 해요. 관계 설정 최고였습니다.

두 번째는
셜록과 왓슨을 뒤바뀐 것이에요. 다들 아시겠지만 셜록이라는 키워드는 대단해요. 하나의 상징이거든요. 이 소설에 나오지만, 여러번 재해석되었음에도 안 바뀌는 게 있어요. 셜록와 왓슨의 위치 같아요. 셜록은 늘 주인공인데 생각해보면 이 소설에 나온 것처럼 가장 중요한 기록을 하는 사람은 왓슨이거든요? 결국 이 소설은 왓슨과 셜록의 위치를 바꿈으로써 주인공이 아니었던 인물들을 주인공으로 만들어요. 여기서 박수 한 번 쳤고요.

세 번째는 성형과 젠더에 관한 것이었어요. 아무래도 영미문학도 요즘은 젠더 이슈가 중요하고 나름 공부를 하는데도 제 편견을 깨준 부분이 많았어요. 문학 공부하면 정말 여러 번 강조하는 게 있는데 원전이에요. 성형은 그 반대편 이미지라는 게 강해요. 그래서 문학 안에서 이게 부정적인 의미로만 등장한 게 아니면서도 그 역사적 사실을 밝혀준 그 자체로 너무 신박하다, 와 신선했어요. 이렇게도 쓸 수 있다는 생각도 들고... 사실 영미문학에서도 잘 못 본 스타일이었어요. 역사와 사회와 젠더가 다 한 번에...저도 셜록이 당연히 남자라고 생각하며 읽고 있더라고요? 이런 편견을 깨주는 부분들이 몇 개 있는데 감탄했어요. 아 그 집단 내부의 권력 때문에 숨겨진 피해자들을 끌어올린 것도 참 생각을 많이 하고 다시 하게 해줬어요.. 그러면서도 또 거대 권력의 피해자들은 그대로 인정해주는 것도요. 무작정 남자는 나쁘고 여자는 피해자야 이런 게 아니고 차근차근 에피소드로 만들어서 보여주니까 납득도 되고 안타까움도 두 배고 그렇더라고요.

또 위에 썼지만, 진짜 저는 마지막으로 갈수록 너무 재밌었어요. 개인 취향일지 모르겠는데요, 이게 추리소설이다보니까 마지막으로 갈수록 추리의 해답이 나오니까 재밌을 수밖에 없는 거 같아요. 역사소설이다보니 정보가 당연히 나와요. 전 소설 읽으면서 배우는 거 좋아해서인지 오히려 재밌었거든요. 막 나열한다는 느낌은 저는 못 받았어요. 취향차이이겠죠, 역시? 근데 외국 문학에 비해서도...역사 소설인데 이렇게 재밌어? 할 정도였거든요. 이런 형식은 재밌게도 레이먼드 챈들러 스타일이더라고요. 주인공은 셜록 왓슨인데 스타일이 핸들러가는 것도 흥미로웠어요. 챈들러는 주로 역사적 사실을 추리에 녹여 쓰는데요, 물론 한정현 작가는 챈들러 읽을 때 불편한 젠더 역할을 요즘 스타일로 녹여내서 훨씬 흥미로웠고요. 아마 챈들러가 훨씬 이전 사람이고 한정현 작가는 요즘 사람이니까 이건 세대차도 작용하는 것 같네요.

재밌는 거 이야기하면 흥분되잖아요. 흥분해서 길게 썼어요.
언젠가 저도 이런 소설을 번역할 수 있게 더 공부해야겠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같이 공부하는 친구들에게 이런 한국문학도 있다고 소개해주려고 몇 권 더 알라딘에서 샀어요 (알라딘 배송은 열받지만…) 아무래도 선물용은 정가 다 주고 사기엔 부담이라...ㅋㅋㅋ

한정현 작가 이 책이 처음이지만 궁금해져서 검색해보니까 수상집도 있고 다른 책도 있어서 앞으로 하나씩 챙겨보려고 해요. 좋은 소설 오랜만에 만나서 정말 흥분이 심했네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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