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서재

Bookable Review
  • 작별
  • 한강 외
  • 10,800원 (10%600)
  • 2018-10-19
  • : 7,918
1. 때로는 새롭게, 때로는 무겁게, 때로는 덤덤하게.

저는 문학상 수상집을 즐겨보지는 않습니다.
뭐랄까, ‘당신이 이 소설 좀 읽어줘’라는 간절함이 보이지
않는다고 할까요.
물론 작가의 온전한 몰입에 의한 베풂에 비하면 제 얕음의
소치를 탓할 수밖에 없겠지만 말이에요.

그러한 면에서 이 책은 읽지 않을 도리가 없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작가들이 대거 포진하고 있었던 탓이겠지요.
흡사 어벤져스에 해당된다고 봐도 무방한 작가들이
때로는 새롭게(강화길, 권여선), 때로는 무겁게(이승우, 정지돈
김혜진), 때로는 덤덤하게(한강, 정이현) 속삭였어요.
이래도 읽지 않을 수 있냐고.
사무치지 않을 수 있냐고.


2. 제12회 김유정 문학상 수상작가, ‘한강’에 대한 작은 예찬

표제작인 ‘작별’은 한강 작가님 소설 중 가장 가독성이 좋은
작품이자 가장 허구성이 강렬한 작품이라 생각됩니다.

“난처한 일이 그녀에게 생겼다. 벤치에 앉아 깜빡 잠들었다가
깨어났는데, 그녀의 몸이 눈사람이 되어 있었다.” __ (13p)

첫 문장을 보자마자 ‘프란츠카프카’의 <변신>이 떠오릅니다.
해충으로 변한 ‘그레고르 잠자’의 이야기가요.
하지만 카프카가 잠자라는 인물을 통해 “자신”에 대한 사유를 표현했다면, 한강 작가는 “관계”에 중점을 둡니다.
물론 한강 작가 특유의 묘사와 은유는 덤이고요.

“그녀는 이해할 수 없었다. 보이지 않는 길고 가느다란 실 같은 것이 그들을 연결하는 실체로서 존재하게 되고, 그 실의 진동이 출발하고 도착하는 투명한 접지가 몸 어딘가에 더듬이처럼 생겨난 까닭을.” __ (30p)


3. 명불허전 ‘이승우’, 하지만 이번엔 ‘정이현’.

독자마다 생각이 다르겠지만 저는 수상후보작 중에서 가장 새롭고 연신 감탄했던 작품은 이승우 작가님의 <소돔의 하룻밤>이었습니다. 하나의 사건에 대해 여러 사람의 시선으로 서사하는 구조가 만들어 낸 상상의 자유범위 확대가 돋보였어요.

하지만 아무래도 김유정 문학상 이라는 타이틀에 대한 작가 나름의 도전의식이 깃들다보니 단편 하나하나가 무게감있고, 뭔가 잔뜩 힘을 주어서 쓴 느낌이 강렬합니다.
그렇기에 오히려 힘을 빼고 “나는 이래. 넌 어떠니”라고 물어오는 단편 하나가 가슴을 저미네요.
정이현 작가님의 “언니”라는 작품입니다.
‘영선’은 대학 조교로 일하는 어렸을 때 알던 언니 ‘인회’에 대한 이야기를 차분하게 풀어갑니다.

“고통이라는 것이 현실에서 어떤 형태로 나타날지 그 순간 너무도 선명히 예측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더 알려 들지 않았다. 알고 싶지 않았다. 그 구체적인 세부를, 그 고통의 질감과 깊이를, 끝 모를 바닥을.”__ (193p)

가끔은 가벼운 것이 좋아요. 가끔은 무게를 내려놓고 깃털처럼 붕 뜨고 싶을 때가 있죠. 그러다 문득 현상을 자각합니다. 가끔은 가벼움이 주는 무게감이 더 크다는 것을.
나에게 그런 존재가 정이현 작가님이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없는 사람. 나는 그 네 글자만을 계속 들여다보았다. 들여다볼수록 검정색 잉크가 눈동자를 깊게 파고들었다. 땅바닥이 좌우로 흔들렸다.” __ (200p)

  • 댓글쓰기
  • 좋아요
  • 공유하기
  • 찜하기
로그인 l PC버전 l 전체 메뉴 l 나의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