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내셔널’은 공간이 아닌 시간으로 다가왔다.
Bookable 2018/12/24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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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내셔널의 밤
- 박솔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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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 - 2018-12-12
: 1,084
1. 인터내셔널의 시간은 공간을 초월한다.
제목부터 나의 의식을 공기 중에 부유하게 만든다.
“인터내셔널의 밤.”
인터내셔널은 왜 외래어로 표기했을까?
국제의 밤, 세계의 밤이 아닌 인터내셔널의 밤이다.
단순히 러시아 혁명을 기념하는 <인터내셔널가>를 의도한 걸까?
거기서 의문은 멈추지 않는다.
밤이라는 시간적 개념이 주는 몽상적 메타포.
그 순간부터 인터내셔널은 공간이 아닌 시간으로 치환된다.
이미 떠나간 것, 지금 떠나고 있는 것, 그리고 앞으로 떠나갈
미지의 새로운 시간. 이 세가지로 의식을 집중해 본다.
2. 이미 떠나간 것 __ 삶의 안락과 영혼
무엇인지는 모를, 아니 생각조차 무의미한 ‘박한솔’의 수술.
과거는 과거로서 잊혀진다고 도저히 생각할 수 없는 현실.
그렇게 떠나버린 삶의 잔혹함이 만들어 낸 생채기와 흔적들.
일본에서 결혼하는 친구 ‘영우’만이 떠나버린 전부는 아니다.
현재까지 아슬하게 이어져 온 삶의 영속이 깨진 그 순간 이전
삶 전체가 ‘한솔’에게는 무의미하게 느껴진다.
“앎의 고리들이 끊기는 일들. 서로 알고 있는 기억들이
부분부분 끊겨서 누군가는 분명하게 그 사람을 기억하고
그 사람은 그 기억만 청소하듯 버려버린다.” __(28p)
3. 지금 떠나고 있는 것 __ 교통수단의 물질성과 의식
기차에서 우연히 만난 ‘한솔’과 ‘나미’. 그 우연이 또다른 수단인
‘배’에 까지 이르게 된 인연을 주조한다.
현재의 심리상태를 교통수단으로 빗대어 표현한 메타포가
단연 이 소설의 백미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열차 시간표로 눈을 돌리면 멀리 간 사람들을 생각하게 되고
비행기를 생각하면 먼 곳에 있는 사람들이 생각났다.
열차는 내릴 수가 있고 비행기는 내릴 수 없이 도착만 있어서
그럴까.” __(73p)
4. 앞으로 떠나갈 시간 __ 인터내셔널의 밤
이제 밤은 ‘한솔’에게 인터내셔널의 밤이다.
배를 타고 가든, 비행기를 타고 가든, ‘영우’의 결혼식을 보러
일본까지 가는 일은 나를 지우는 일이다.
나의 주민등록을, 내 영겁의 세월을 흘려 보내버리는 일이다.
이제 ‘한솔’에게 주민등록이란 그저 촘촘한 숫자들의 무작위성
배열에 불과하다. 아무런 의미도 남기지 않겠다.
하나의 세상에서 배제된 ‘무존재’로 존재할거니까.
“어떻게 주민등록에서 도망칠 수 있을까, 어떻게 모르는
사람으로 사라질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은 매일 밤 잠자리에서,
물론 매일 밤은 아니지만 자주 반복되는 생각이었다.” __(3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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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에 든 수첩에 방금 떠오른 말을 썼다. ‘모든 것이 좋았다’고.” __(119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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