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U 같은 세계를 상상했다면 예상은 크게 빗나갈 것이다. 몇몇 작품들은 아주 약한 실마리로 어떻게 영웅의 이응 정도만 닿아있기도 한데, 실망감보다는 뻔하지 않은 작품을 만나는 반가움이 크다. SF부터 고전소설, 인터뷰의 형식을 빌린 작품까지 히어로라는 고작 한 단어에 담을 수 없을만치 다양한 이야기들이 있다.
특히 구병모 작가의 「웨이큰」은 인터뷰형식으로 진행되는 SF인데, 문체가 꼭 주제사라마구의 호흡과 닮아있어 반가웠다. 페이크 다큐 형식의 단편 영화로 제작되면 어떨까하는 설렘까지 있을만큼 인상깊게 읽었지만, 동시에 의도적으로 삽입된 화자의 문법 오류 양상이라던지 과학적 오류랄까 견고하지 못한 설정 등이 부분부분 눈에 띄었다. 장르소설을 즐기지 않는 독자에게 히어로물이란 딱히 곱씹을 문장의 맛도, 감탄스러운 줄거리 짜임새도 없어 아쉬운 것은 사실이다.
단편들로 이루어진 책이지만 단행본 한 권으로써 갖는 완성도 또한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 작품들을 '한 권의 책'으로 소비하고 싶은가하면 전혀 아니다. 당연히 각 작품들이 가진 힘으로 평가되어야겠지만 표제작이 이렇게 실망스러울줄은 몰랐다. 명백한 제목 선정의 실수라고 본다. 단순히 표제작이 별로였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캐릭터의 매력도 줄거리의 신선함도 재미도 감동도 없고 심지어는 신박한 척하는 그 아이디어도 놀랍지 않은 작품을 왜 표제작으로 선정했는가하는 의문이다. '한국형 히어로'라는 캐릭터에 대한 독자들의 니즈가 있었고 이에 맞추어 소설을 기획했다는 전제도 가능하지만, 그렇다면 독자들이 바라던 한국형 히어로 세계관을 제대로 구축한 작품이 있는가 하면 그 역시 아니다. 그렇다면, 기대를 배신했다면, 신선한 작품을 만나게 해주어야하지 않은가. 작가진은 대거 다르지만 전작(?)이라고 할 수 있는 또 다른 히어로 단편집 『이웃집 슈퍼 히어로』를 읽지 않은 독자가 과연 이 책을 읽은 뒤 다른 히어로 단편집을 읽어 싶어질까. 좋았던 작가의 다른 작품을 찾게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히어로 단편집'으로써 다가오지는 않을 것이다.
한 권의 책으로 퉁쳐 평가하고 이야기 하기에는 작품간 차이가 너무 크다. 다양한 색으로 전부 재미있는 소설이길 바랐지만 재미와 완성도 마져 다채로워진 책. 중간 중간 끼여있는 좋은 작품들이 안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