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결혼특별법이 입법원의 삼독을 통과하는 순간을 다 같이 지켜보았다. 몇몇 연인은 퍼붓는 장대비 속에서 영원한 사랑을 약속했다. 오랜 세월 함께 지내온 그들에게 부족한 것은 단지 종이 한 장 뿐이었다. 아, 진짜로 통과되었구나. 그들은 정말로 결혼할 수 있게 되었다.⌟
타이완이 아시아 최초 동성 결혼 법제화가 되었을 때, 놀랐던 기억이 있다. 그렇게 놀랄 일인가? 그렇게 놀랐다.
남녀가 만나 사랑을 하고 결혼을 하면, 모두가 축복을 한다. 심지어 ‘결혼해라’는 잔소리를 듣는다. 그런데 그런 기본적인 권리가 주어지지 않는다면?
이 책은 당연히 쥐어져있어야 할 본인의 권리를, 피 땀 눈물로 쟁취한 이들의 이야기다. 원래 내 것인걸, 왜 그게 내 것인지 주장해야만 했던 이들의 투쟁기.
부제인 ‘사진과 이야기로 보는 타이완 동성 결혼 법제화의 여정’에서 알 수 있듯, 이 책은 친절하게 타임라인과 도표, 사진을 통해 과정을 보여준다.
결코 쉽지 않았으리라는 건 당연히 알았지만, 막상 그 과정을 들여다보니 더욱 참담했다. 시도가 좌천됐을 때 좌절하지 않고 다시 일어설 수 있었던 건 아마 함께 하는 이들이 있었기 때문이겠지.
이 책에도 여러 번 다뤘지만, 타이완의 동성 결혼 법제화는 결코 몇 년 만에 이뤄진 일이 아니다. 마치 3년 만의 쾌거로 보일 수 있으나, 그 뒤에는 몇 십 년 동안 차별받았던 역사가 있다. 그걸 알기에 더욱 경이로운 결과다.
인간은 왜 이렇게 다름을 인정하지 못하고, 자신과 다른 이들은 틀렸다고 생각할까. 인류애가 바사삭...
다행히도 후반 부의 인터뷰들을 읽으며 바사삭했던 인류애가 조금, 다시 차오르기도.
사계절에서 제공받은 도서이나, 솔직한 감상을 남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