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고풍 요리사의 서정
홍복치 2021/06/27 1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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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을 읽는 게 너무 괴롭고… 힘들었다. (작가님에게는 죄송하지만.) 온갖 우스갯소리와 농담, 유머로 버물어진 문장들엔 피식하는 웃음조차도 안 나오고, 각종 비유들도 와닿지 않았다. 작가의 말에서 웃길 의도도, 의미 있는 메시지를 전달할 의도도 없었다고 하셨는데 그래서인지 아무것도 느낄 수가 없었고, 재미도 없었다.
다만, 그런 내가 읽기에도 시를 향한 작가의 열정과 시심은 느껴졌다. 그 마음을 남김없이 쏟아내고자 하는 마음이. 실제 소설 곳곳에 시가 많이 등장하는데, 시를 잘 알고 좋아하는 이들이 읽었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시알못...ㅠㅠ).
이야기는 시인이 되고 싶었으나 재능이 없어 포기하고, 뜻밖에 요리에 대한 재능을 발견한 한 남자의 이야기이다. 나도 몇 알고 있다. 시를, 소설을 너무 사랑하지만 재능 없음에 좌절하고 현실로 뛰어든 사람을. 그 마음을 꺼내진 못해도, 묻지도 못하는 사람을.
작가가 창조해낸 ‘삼탈리아’라는 나라는, 시를 읽지 않으면 무시당하고 시심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나라이다. 화폐보다도 잘 쓰인 시집 한 권이, 시 한 구절이 더욱 대우를 받는 곳. 문학을 사랑하고, 시를 사랑하는 이에게는 유토피아 같은 공간이다.
⌜시를 멸종 직전인 구시대적 산물로 몰아붙이고, 그딴 걸 좋아하는 나의 복고풍 요리 또한 의미 없는 과거의 천착에 불과하다고 공격했다. 나는 결국 사랑하는 시와 시인들과 시심까지 욕 먹인 셈이 되고 말았다.⌟
사람들은 더 이상 시를 읽지 않는다. 물론 책도 읽지 않지만, 책을 좋아하는 이들 중에도 시를 읽지 않는 사람은 많다. 이 소설은, 시심이 사라진 현실을 개탄하는 소설가의 시를 향한 세레나데다.
⌜시간 없다. 지금부터 일해라, 맨. 라멘은 식재료 정수, 노동력, 재능, 시심 갈아 넣어야 겨우 한 그릇 만든다. 마진 나쁘다. 근데 라면 따위가 비싸다고 욕먹는다. 시집도 마찬가지. 언어 정수, 노력, 재능 아낌없이 갈아 넣고 시 쓰면 사람들 얇고 비싸다 한다. 위로해야 되나? 우리 갈 길 가야 되나?⌟
소설 속 화자는 맛있는(이라는 표현으로는 부족한) 라멘 한 그릇을 먹으며, 여자친구와 헤어진 상처를 치유받는 경험을 한다. 무려 ‘시심’으로 만들어진 라멘이다. 맛있는 음식, 좋은 음악, 잘 만들어진 드라마나 영화, 재미있는 소설, 그리고 좋은 시를 읽으며 위로를 받아 본 경험은 누구나 있을 것이다. 작가 역시 시를 읽으며 위로받고, 힘을 내고, 시 때문에 괴로웠지만 다시 시 때문에 일어난… 그런 경험이 있지 않을까. 그래서 이런 소설도 쓸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솔직히 그다지 재미는 없었지만, 시를 향한 그 마음만은 와닿았던 소설이다. 취향에 따라서는 낄낄대며 읽으셨을 분들도 많을 거 같고… 다른 이들의 평이 또 궁금해진다.
* 도서를 출판사에서 제공 받았으나, 솔직한 감상을 적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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