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라카미 류는 나에게 한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작가이다. 때는 중학교. 무라카미 하루키, 오쿠다 히데오, 에쿠니 가오리, 요시모토 바나나 등 일본 작가들이 출판 업계를 휩쓸던 시점이었다. 그 안에 무라카미 류가 포함되어 있었음은 물론이다.
당시 하루키에 빠진 문학소녀(?!)였음에도 무라카미 류의 작품은 좀처럼 손이 가지 않았는데, ‘외설적이다’는 평가가 따라다녔기 때문이다. 류의 작품들을 접한 친구들은 주로 외설적이다, 파격적이다, 기분이 나쁘다(?!)는 평가를 하곤 했다. 같은 무라카미이니 취향에 맞을 거라는 희한한 발상으로 도서실에서 책을 빌렸던 나 역시 이내 책장을 덮었던 기억만 있다.
때문에 작정단의 첫 선정 도서로 무라카미 류의 ‘식스티 나인’이 선정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그리고 책을 손에 들었을 때… 난감했다. 식스티 나인. 게다가 청춘물이라니... (평소 영화든 책이든 남학생들이 바글바글 나오는 청춘물을 재미있게 봤던 기억이 없다.)
그때는 이 책이 왜 이렇게 외설적으로 느껴졌을까. 세월이 지난 지금 읽으니 외설적이다는 느낌은 거의 없다(제목에도 불구하고…). 하지만 안타깝게도 내게는 여전히 기분이 나쁜 책이다. 새롭게 개정된 상큼한 표지에도 내용은 구시대적이다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다. 편견을 갖고 읽었기 때문일까?
1969년에 고등학교 시절을 보낸 이가 풀어내는 그 시절의 썰, 철없는 남자 고등학생의 시점에서 쓰인 이야기는… 나에게는 와닿지 않는다. 유머스럽게 쓰인 비유나 표현, 경쾌함을 잃지 않으려는 노력에도 좀처럼 웃음이 나오지 않았다.
격동의 시기, 여자에게 빠져 정치에 관심 있는 척하며 친구들을 선동하다가 결국 퇴학 위기에까지 처하고 마는… 오직 사랑에 빠진 여자의 관심을 얻기 위해 엉뚱한 영화를 만들고, 페스티벌까지 여는 무모한 멍충이의 이야기. 굳이 미화하거나 꾸며내지 않고 솔직하게 쓰였다. 작가의 말이나 작품 해설에서도 재미를 위한 책이라고 쓰여있다. 솔직하고 가식 없는 내용과 문장 덕에 사랑을 받았을 것이다. 우리 모두가 멍청했던 그 시절.
영화나 책을 선택하고 감상을 이야기할 때 종종 보수적이다는 이야길 듣곤 하는데, 그런 내가 읽고 즐기기에는 편안하지 않은 책이었다. 출간 당시에도 많은 사랑을 받았을 뿐만 아니라 영화로도 만들어졌고, 이렇게 몇십 년이 흐른 후에도 개정판이 나오는 걸 보면 많은 사랑을 받았고 받는 책임이 분명한데 말이다… 개인적인 감상은 이렇고, 작정단 책으로 선정된 책이니 만큼 다른 분들의 감상도 찾아봐야겠다.
*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았으나, 솔직한 감상을 적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