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꼭 읽어주세요. 제발 부탁입니다...
라는 말로 소개하고 싶은 책, <사이보그가 되다>.
읽는 내내 든 생각은, '대체 이 책의 리뷰를 어떻게 남겨야 할까...'. 그만큼 하고 싶은 이야기가, 나누고 싶은 이야기가 많은 책이다. 때문에 많은 이야기를 썼다 지웠다, 또 썼다 지웠다 했다. (아마도 여러 번에 걸쳐서 이야기를 하게 되지 않을까 싶다.) 각자의 상황에 따라
청각 장애를 가지고 있는 김초엽 작가와 골격계 질환으로 휠체어의 도움을 받는 김원영 작가가 장애에 대해, 장애와 테크놀로지의 관계에 대해 화두를 던져가며 이야기를 풀어가는 책이다. 사는 지역, 성별이 다르며, 세대 또한 다르다(김원형 작가가 10살 정도 많다.). 장애가 있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그 성질 또한 다르다.
때문에 장애에 대한 두 작가의 경험은 같은 듯 다른데,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몇 가지가 있다. 그중 하나는 '흔히 생각하는 장애인에 대한 인식과 장애인 + 테크놀로지에 대한 인식이 얼마나 비장애인 중심적인가'인데, 대부분 평소 전혀 깨닫지 못했던 내용이었다.
⌜ 과학의 발전은 분명 장애가 있는 사람의 삶의 질을 높이고 고통을 줄여나가고 있다. 나는 이러한 과학적 발견과 기술의 응용을 지지한다. 그러나 과학이 장애에 관한 정체성 물음을 '장애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네가 인간이며, 조만간 그 장애는 극복될 것이므로 너는 더 '온전한' 인간 공동체에 포함될 수 있다고 전제하는 이상, 장애 그 자체의 의미를 규정하지 않는다는 점을 성찰해야 한다. 과학이 장애를 여전히 '없음의 상태(결여)'로만 바라본다면 휠체어는 기술적으로 아무리 발전한다 해도 여전히 보행 능력 '없음'의 문제를 해결하는 보조기기로만 간주될 것이다. 60p ⌟
흔히들 장애를 '비정상적인' 상태, '고치고', '극복해야 할' 상태로 본다. 과학 기술의 발전 또한 그들에게서 장애를 '없애'주겠다는 약속을 하며, 미디어와 함께 장애를 동정의 대상, 고쳐야 할 대상으로 보는 것이다. 정작 장애인들이 바라는 건 좀 더 편안한 생활... 장애를 가지고도 불편함 없이 사회생활 및 외부 생활을 할 수 있는 것인데, 사람들은 그들이 좀 더 잘 들을 수 있게- 혹은 걸을 수 있게 되기를 바라며 그런 기적을 '감동적'으로 표현한다.
언제 올지 모르는, 걸을 수 있는 미래를 기대하기 보다 지금 당장 휠체어로도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대중교통과 각종 시설들이 더 필요하다는 이야기는 어찌 보면 당연한 이야기이다. 가시적으로 드라마틱한 효과가 없다는 이유만으로 기업들은 지금 당장 바꿀 수 있는 것들보다, 먼 미래의 테크놀로지에 투자를 한다.
장애인이 기기의 도움을 받아 장애를 '극복'했다는 류의 광고들을 예시로 들고 있는데, 나도 한 번쯤은 본 적이 있는 광고였다. 가령, 기가 지니 AI 음성 합성 기술을 적용하여 농인인 김 씨에게 '목소리'를 선물하는 과정을 담은 광고가 있다(나는 책을 읽고 찾아봤다.). 김초엽 작가는 <그러니까 기가 지니가 김 씨에게 선물한 '목소리'는 청각장애인을 위한 목소리가 아니라, 청인들이 청각장애인에게서 듣고 싶어 하는 목소리다.>라고 지적한다. 한 번도 그러한 시선으로 생각해 보거나, 잘못된 점을 느끼지 못했던 부분이다.
뿐만 아니라 기업이나 미디어에서 보여주고 홍보하는 그 기술들은, 일반인들이 쉽게 접하거나 이용할 수 없다.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휠체어나 보청기의 가격 또한 수백만 원에서 수천만 원을 호가하고, 기본을 지키는 일 마저도 부담스러운 것이 현실이다. 그에 이어 역시 내가 한 번도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은, 만약 그 기술을 소비할 재력이 된다 할지라도 사람들이 그 기술에 '자격'을 매긴다는 점이었다. 스티븐 호킹 박사나 아이언맨 같은 영웅이 첨단 기기, 기술을 사용하는 것은 당연하게 여겨지지만 일반 장애인이 그런 기술을 사용할 때는 의문스러운, 곱지 않은 시선이 뒤따른다는 것이다. 보조 기기를 이용함에 있어서도 능력주의가 따라온다니... 여러모로 웃음만 나오는 이야기, 현실이었다.
이외에도 두 작가가 던지는 화두나 이야기는 모두 함께 생각해 보고 고민해 봄 직한 내용들이다.
마지막 장은 두 작가의 대담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그 대담만 보더라도 글을 쓰기까지 얼마나 많은 조사와 고민을 했는지 알 수 있었다. 그래서인지, 어느 챕터 하나 쉬이 읽히지가 않았다.
모두가 읽고, 더 이야기했으면 좋겠다. 학교에, 직장에, 거리에 좀 더 많은 장애인들이 활동하고 편하게 돌아다닐 수 있는 세상이 되기를... 어렸을 땐 당연하게만 여겨졌던 그 가치들이,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왜 어느 것 하나 쉽지가 않을까. 생각이 많아진다.
*출판사에서 도서 지원을 받았으나, 금전적 대가 없이 솔직하게 작성한 평입니다*
그 미래는 언젠가 노화하고 취약해지고 병들고 의존하게 될 모든 사람이 마주할 미래이기도 하다. 살아가는 동안 누구나 어떤 시기에는 정상성의 범주에서 밀려난 존재가 된다. 단지 그것을 상상하지 않으려 애쓸 뿐이다. 그래서 나는 장애인 사이보그를 이야기하는 것이나 기술과 취약함, 기술과 의존, 기술과 소외를 살피는 것이 결국 모든 이들의 문제이기도 하다고 말하고 싶다. 독립적이고 유능한 이상적 인간과 달리, 현실의 우리는 누구도 취약함에서 자유롭지 않기 때문이다.- P40
과학의 진보가 언제나 장애인 삶의 진보로 이어진 것은 아니었으며, 기술에 대한 기대는 때로 장애를 대상화하고, 장애 극복의 이미지를 적극적으로 소비하는 것에 기여해 왔다. 산전 검사, 유전자 치료, 인공 와우, 보철과 같은 진보한 기술들은 종종 장애의 존재를 아예 제거하거나, 장애를 ‘유난하게‘ 교정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P18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