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제본으로 받아 본 #스노볼
<스노볼>은 카카오 페이지와 창비가 함께한 제 1회 영어덜트 장르문학상 대상 수상작이다.
웹소설이나 영어덜트 장르 문학을 접해 본 적이 없을 뿐만 아니라, 평소 SF나 판타지 소설도 거의 본 적이 없는 내게는 매우 새로웠던 작품이다.
전 세계가 꽁꽁 얼어붙은 미래. 평균 기온 -41도의 극한 추위로부터 보호해 주는 특권층이 사는 지역 ‘스노볼’이. 그 곳엔 스노볼을 건설한 거대 기업과 그 가문, 그리고 자신의 삶 전체가 드라마가 되어 전 세계에 반영이 되는 액터, 액터의 삶을 편집하여 방송하는 디렉터가 살고 있다.
그 외 지역(바깥 세상)에 살고있는 사람들은 발전소에서 달리고, 손으로 기계를 돌리며 전력을 생산한다. <스노볼>에서 특권 계층이 누리는 삶은 커녕 기본적인 의식주도 보장이 되지 않는 삶이다.
언젠가 <스노볼>의 디렉터가 되기만을 꿈꾸며 살아가는 전초밤. 그녀는 <스노볼>의 인기 액터인 해리와 닮은 외모를 가지고 있다. 해리의 삶을 동경하며, 언젠가 자신도 <스노볼>로 가서 뛰어난 디렉터가 될거라 꿈을 꾼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의 앞에 자신의 롤모델일 뿐만 아니라 <스노볼>의 최고 인기 디렉터인 차설이 나타난다. 해리가 자살을 했으며, 해리와 거의 똑같이 생긴 전초밤이 해리의 대타 역할을 해줬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자신을 도와준다면, 후에 본인 또한 도움을 주겠다며 달콤한 유혹을 한다.
자살로 생을 마감한 해리를 본인이 대신한다는 것에 대한 죄책감과 <스노볼>에서의 안락한 삶 사이에서 끊임없이 갈등하는 한초밤은 어느새 스노볼에서의 삶에 익숙해진다.
그러던 어느 날, 예상치 못한 일이 한초밤에게 닥치고… 본인이 아주 끔찍한 사건에 연류되어 있음을 알게 되는데……
너무나 극명하게 나뉘어진 삶의 모습에선 설국 열차가, 특권 계층의 자리를 놓고 경쟁 아닌 경쟁을 한다는 점에서 헝거 게임이, 자신의 삶이 전 세계에 반영된다는 점에서는 트루먼쇼가 떠오른다. 하지만 <스노볼>은 좀 더 순한맛이고, 소재가 비슷하게 느껴질 뿐 예측할 수 없는 방면으로 내용이 전개 된다. 초반엔 ‘이거 너무 짬뽕 아냐?’ 싶어 피식피식 웃으며 읽다가, 이내 몰입하는 내 자신을 발견했다.
개인적인 취향으로는 아쉬운 점도 많다. 다소 항마력을 요구하는 장면도 있었고 유치하게 느껴지는 부분도 많았다. ㅎㅎ 직접적인 표현이나 장면으로 재미가 떨어지는 부분도, 묘사가 어설프다고 느껴지는 부분도 많았다. 어렸을 때 읽던 팬픽 느낌......ㅎ 그리고 무엇보다도, 결말이 마음에 안 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흥미로운 소재와 빠르게 이야기를 끌어가는 힘이 있는 작품이다. 보여준 이야기 이상으로 생각이 많아지는 작품.
<스노볼>을 읽으며 ‘어떻게 저렇게 극심한 차별을, 빈부격차가 심한 삶을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들일 수 있지?’ 라고 생각을 했지만 사실 판타지 속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의 삶 역시, 먹지 못해 죽는 이들과 전세기를 타며 세계를 누비는 이들의 삶으로 이루어져 있다. <스노볼> 속의 불평등하고 불합리한 삶에 의문을 가질수록, 내가 마주하고 있는 현실이 와닿아 숨이 턱턱 막혔다.
<스노볼>은 진정한 ‘나’로 살아가는 것에 대한 이야기도 담고 있다. 누군가에 의해 편집되고, 보여주고 싶은 모습을 위해 살아가는 게 아니라, 내가 살고 싶은 삶을 살아가는 것.
당신은… 남들이 원하는 모습, SNS에 보여주고 싶은 모습, 세상이 그래야만 한다고 하는 모습이 아닌 진정한 자신으로 살아가고 있나요?
* 내가 받아본 건 가제본으로, 정식 출간 시 작품 내용이 다소 달라질 수 있다고 한다.
*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 받았으나, 솔직한 감상을 적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