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인은 '읽고 쓰는 인간'이라고 소개하며 시작이 되는 장강명 작가의 <책, 이게 뭐라고>.
내가 장강명 작가를 처음 알게 된 건 예전에 이동진 평론가님이 진행하셨던 라디오 프로그램에서였다. 당시 어떤 코너를 진행하셨었는지는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부드럽고 다정한 말투가 인상적이었다. 가장 좋아하는 코너 중 하나였고, 덕분에 장강명 작가님이 쓰셨던 책을 찾아봤다.
찾아본 그의 글을 읽으며 당황했다. 부드럽고 다정하다는 인상이었던 그의 글은 날카롭고 차가웠다. 냉정하고, 시니컬했다.
<나로 말하자면, 물론 나도 그윽하게 호감을 주는 화술을 익히고 싶다. (중략) 글은 어둡고 날카롭게 쓰고, 말은 밝고 부드럽게 하려는데 쉽지 않다. 144p>
쉽지 않다고 하셨지만, 내가 장강명 작가에게서 느낀 인상과 동일하다.
자신이 직접 밝혔다시피, 장강명 작가는 어둡고 날카롭게 쓰는 작가이다.
이 책 역시 예상했던 대로 시니컬하고, 몇몇 부분은 조금 당황스러울 정도로 솔직한 글이었다.
<책, 이게 뭐라고>는 장강명 작가가 팟캐스트 <책, 이게 뭐라고>를 진행하며 있었던 에피소드와 단상들을 담고 있다.
<34p. 이제는 한국의 출판업이 사실상 '셀럽 비즈니스'가 된 게 아닌가 싶다. 셀러브리티가 쓴 책이 잘 팔린다. 아니, 셀러브리티가 쓴 책만 잘 팔린다. 아예 처음부터 셀러브리티를 섭외해서 책을 만든다. 실제로 원고를 쓰는 거야 다른 사람이 얼마든지 해줄 수 있다. 셀러브리티이기만 한다면 반려견도 만화 캐릭터도 책을 낼 수 있다. 나는 한 편으로는 그런 현실이 못마땅하기도 했고, 한편으로는 '알쓸신잡'에서 연락이 오기를 고대하는 마음이기도 했다.>
읽고 쓰는 걸 업으로 삼으며, 그 누구보다도 진지하게 생각하는 이기에 '보고 말하는' 형태로 변화해가는 세상에 대한 우려와 생각들 뿐만 아니라, 읽는다는 행위가 단순히 '읽는' 행위가 아닌, 세일즈의 형태로만 소비되는 것에 대해서도 걱정의 목소리를 낸다.
나 역시 종종 생각했던 부분이라 공감을 했으나, 책이나 독서를 사랑하는 방법이 다양하다는 걸 부정적으로만 볼 필요가 있을까도 싶었다. 책 제목대로 '책, 이게 뭐라고' 생각한다면 독서의 질이라는 걸 따로 따질 필요가 있을까. 잘 모르겠다. 하지만 단순히 권수 채우기 용이나 보여주기식 독서는 지양해 마땅하다.
<98p. 책은 우리가 진지한 화제로 말하고 들을 수 있게 하는 매개체가 되어준다. (중략) 가만히 놔두면 우리는 자꾸 다른 사람들에 대해 이야기하려 든다. 자기도 모르게 그렇게 된다. 삶의 가치에 대한 대화도, 우주의 신비에 대한 토론도 "그런데 그거 알아?"라든가 "맞아, 그때 걔도 그런 말을 했었는데......" 같은 몇 마디 말로 방향이 휙휙 바뀐다. 종종 우리는 사회에 대해, 세계에 대해 이야기한다고 믿으면서 실제로는 다른 사람에 대해 말한다>
여러가지 에피소드와 이야기가 담겨있으나 공통적으로 책이나 독서를 정말 좋아하시는구나, 라는 인상이다.
호불호가 갈릴 책이다. 작가는 가볍고 읽기 좋은 에세이 위주로만 읽기가 소비되는 행태나 책이 굿즈 마케팅 등 '소유'의 개념으로 소비되는 행태에 대해서 거침없이 비판한다. 읽는 이에 따라서 공감을 불러올 내용도 있지만, 기분이 상하는 이 또한 적지 않을 거 같다. 나도 읽으며 '굳이 저렇게까지 말해야 하나'싶은 부분이 있었다. 하지만 작가의 말대로 모두가 좋아하는 글이 좋은 글이라는 뜻은 아니다. 싫어하고 불편해 할 만한 글 또한 쓸 수 있어야 진정한 작가이겠지.
끊임없이 쓰는 인간이고자 하는 그의 태도가, 읽히고 싶다는 생각에서 시작한 그의 단상들에 공감이 간다. 정말 읽고 쓰는 일을 사랑하고,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구나... 작가는 '책, 이게 뭐라고'라고 했지만 책은 그에게 거의 전부인 듯 보인다.
책을 사랑하는 이의 독서, 책에 관한 날카로운 에세이. 추천합니다 :)
도서를 출판사에서 제공 받았으나, 솔직함 감상을 적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