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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utah님의 서재
  • 바리스타는 왜 그 카페에 갔을까
  • 강가람
  • 12,600원 (10%700)
  • 2016-11-09
  • : 114

좋은 카페에는 진짜 커피가 있다

강가람, 바리스타는 왜 그 카페에 갔을까, 지콜론북, 2016

지콜론북 서포터즈 3rd




'으아. 너무 쓰다. 이걸 무슨 맛으로 먹지? 도대체 이걸 왜?' 대학생이 되고 처음 아메리카노를 어느 베이커리 전문점에서 한 모금 마셨을 때 사람들이 왜 커피를 마시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 이전까지 내가 종종 마시던 커피는 하얀 형광등이 비추는 선반 위, 빨대 하나가 부착된 '악마의 유혹' 같은 종류의 달콤한 컵 커피가 전부였다. 그런 종류의 음료는 대개 비슷한데, 색깔마다 카푸치노, 카페모카, 카페오레 등 다른 커피 이름이 적혀 있었다. 특히 나는 빨간색의, 아마 카푸치노를 학원에서 집에 돌아오는 길에 홀짝홀짝 마시곤 했다. 그 이후 처음 맛본, 우유나 설탕 한 스푼 들어가지 않은 아메리카노의 맛은 나로서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맛이었다. 시럽이라도 넣으면 나아질까 조금씩 넣었으나 마치 탄 설탕물이랄까. 그런 어중간한 맛에 혀를 내두르다 반 이상을 남겼던 것이 아메리카노에 대한 첫 경험이었다. 그러고 보면 그 때쯤부터 커피 열풍이 불면서 온갖 카페들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나기 시작했다. 장기하와 얼굴들의 '싸구려 커피'나 10cm의 '아메리카노'는 그런 열풍에 덧대어 커피가 점차 우리 문화 속으로 들어오고 있다는 걸 알려주는 신호 같았다. 노래에선 시럽, 설탕 뺀 아메리카노를 달라며 애타게 부르지만, 그 시기 나에겐 그다지 공감 가는 가사는 아니었다. 더욱이 그 이후 가끔 마시곤 했던 커피는 라떼나 카푸치노 정도였으니.


지금도 여전히 커피를 좋아하진 않는다. 많은 사람이 아침을 커피와 함께 시작하고, 점심을 먹고 모두 테이크 아웃 커피잔을 들지 않으면 어색한 시대가 되었으나 그것이 나에겐 해당하지 않는다. 이전에 카페에서도 잠깐 일했으나 아메리카노에 대해 좋지 않은 첫 기억 때문인지 커피를 마신 적이 거의 없다. 어쩌다 마시면 가끔은 잠을 잠이 오지 않아 그 때문에 커피를 전연 마시지 않게 된 것인지도 모른다. 지금은 예전보다 아메리카노를 잘 마시고, 산미가 강하다거나 쓴맛 정도는 구분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럼에도 커피를 마시는 건 누군가와 함께하거나 카페에 갈 때뿐이다. 사실 카페는 커피를 파는 곳이기도 하지만 내겐 하나의 공간을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 공부나 책을 읽는 것보다는 노트북으로 어떤 할 일이 있을 때 특히 카페는 그런 이유로 안락한 공간이 되곤 한다. 그에 있어 커피는 주가 아니다. 잘 모르고 쓴 커피를 마실 바에 과일 음료를 시키는 것이 요즘에도 빈번하지만, 가끔 커피가 생각날 때가 있다는 것이 큰 변화라면 변화이다. 그런 와중 접한 이 책은 나와는 먼 이야기처럼 들렸지만, 커피 전문가가 소개하는 '좋은 커피', 그리고 '카페'란 어떤 것인지 궁금증을 불러일으켰다. 바리스타인 저자는 커피에 중점을 두고 현재 무분별하게 만들어지는 커피의 반대편에서 '좋은 커피'를 만들어내고 있는 서울, 도쿄, 홍콩의 카페 총 27곳을 소개한다.


나의 주말을 위해서, 또 나만 알고 싶은 곳이었지만 이 책을 읽는 독자에게 좋은 카페들을 소개하려 마음먹었을 때 먼저 떠오른 곳이었고 또 그만큼 의미가 있을 것 같았다. 아마도 내가 소개하는 서울 카페중에서는 잘 알려지지 않은 가장 보석 같은 곳이기 때문에. 카페 캄플렉스, 106쪽.



저자는 단순히 카페를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 일종의 기행문처럼 도시의 카페를 직접 다니며 커피를 맛보고 카페를 둘러본다. 그 과정에서 바리스타로서 커피의 맛을 평가하고 또, 한 명의 손님으로서 그곳의 분위기를 전달한다. 그의 여정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선연하게 도시의 풍경이 떠오르고 커피를 볶는 냄새, 커피의 향이 코끝을 자극한다. 커피를 좋아하지 않아도 커피 향이 만드는 카페의 분위기는 누구에게나 친근하게 다가오지 않을까? 


그렇다면 커피 전문가인 바리스타가 소개하는 카페는 과연 어떤 곳일까? 어려운 커피 용어를 잔뜩 사용하는 카페일까? 혹은 고가의 커피 전문점일까 걱정이 앞선다. 하지만 그가 소개하는 카페들은 나름대로 자신들의 커피와 개성을 갖추면서도 많은 사람이 즐길 수 있는 카페였다. 카페 대부분은 직접 커피콩을 볶아 빈을 생산하고, 바로 커피를 만들어 손님에게 건네는 시스템을 가지고 있었고, 손님과의 만남과 그들에게 건네는 커피를 중요시하고 있었다. 바리스타는 커피를 만드는 전문가인 동시에 카페라는 공간에서 손님과 커피를 매개로 소통한다. 커피를 추천하고 안내하여 그들이 커피의 진정한 맛을 느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카페의 바리스타와 저자의 대화를 엿보면 커피를 대하는 그들의 태도가 엿보인다. 전문가이지만 또 커피 안내자로서 손님이 커피를 즐길 수 있도록 설명하는 모습은 여느 프랜차이즈 카페와는 확연히 다른 풍경이다.


우선 우리 카페를 그렇게 좋게 생각해 줘서 고마워요. 그리고 손님 말이 정확히 맞습니다. 우리 가게는 홍콩에서 가장 유명하고 가장 맛있는 커피를 마실 수 있는 카페에요. 하지만, 홍콩이라는 나라의 문화는 한국과는 조금 달라요. 식사는 한 끼도 집에서 만들어 먹지 않아서 우리는 사람들을 위한 식사를 준비해야 해요. 보통 간편하게 카페에서 식사를 해결하는 걸 원하거든요. 그리고 식사에 가장 잘 어울리는 커피 음료들로 사람들을 만족하게 하고 있어요. 우리 카페는 커피 자체만으로도 맛있지만, 손님께서도 한번 식사과 함께 커피를 즐겨보는 건 어떠세요? 홍콩 스타일로요! 커핑룸, 222쪽.


커피 프랜차이즈가 들어서고 오래지 않아 많은 카페가 사라지고 또 생겨나는 모습을 지켜보곤 한다. 최근에는 저가형 커피, 특대 사이즈 커피 등 나름의 커피 유행을 길거리에서 익숙하게 목격할 수 있다. 이제 커피는 고가의 기호 식품이 아닌 하나의 생활로서 정착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커피의 맛보다 커피의 각성 효과 혹은 쉽게 즐길 수 있는 음료의 역할이 강조되기도 한다. 커피를 사랑하는 바리스타인 저자는 카페 운영에서 뒤로 밀려난 커피의 맛에 아쉬움을 토로한다. 저자가 우리나라의 카페 시장이 '격동기'라 말하듯 커피가 우리의 생활과 밀착되는 과정에서 일종의 과도기를 겪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러한 과정에서 사람들이 커피의 맛을 조금씩 알아가고, 좋은 커피를 찾는 사람이 늘어나면 저자의 말처럼 자신의 '신념'을 지키며 커피를 만들어내는 이들이 좀 더 인정받을 수 있는 시기가 오지 않을까 싶다. 처음 이러한 카페에서 마셨다면 커피에 대한 기억이 조금은 달라졌을까? 여전히 처음의 커피 맛은 쓰겠지만, 커피에 대한 그들의 태도와 애정을 느낄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스친다.


커피도 별반 다르지 않아 보인다. 대세는 '보이는 것'이고 여기에 치중되어 있다. 고가의 장비와 당장 눈에 띄는 각종 인테리어. 이것에 가려져 진짜 본질적인 커피의 맛은 잘 모르거나 그렇게 큰 관심을 두지 않는 지경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게 돈만을 벌기 위한 사업이라면물론 이렇게 해야 할 것이다. 대중의 구미를 당길만한 요소를 만들고 그것으로 소비의 극대화를 이루어 내는 것. 카페의 중심인 음료 맛은기본을 지키되 다른 부분에 더 주력하여 카페를 운영하는 게 어찌보면 생존을 위한 방법이겠지만, 여전히 아쉬움이 가득하다. 오니버스 커피, 148쪽.

현재 우리나라의 카페 시장은 일종의 '격동기' 같단 생각이 든다. 새로운 것들이 자리를 잡고 좋지 못한 것들이 떠나는 시기. 조금 더 긴 시간이 지나 다양한 커피들이 들어오면서 커피가 정말 우리 삶의 일부가 된 모습이 자연스럽게 느껴지고, 사람들이 자신만의 입맛에 따라 맞는 커피를 선택하게 된다면 어떨지 상상해보았다. 무분별한 카페들은 사라지고 커피만을 위해 정직하게 구슬땀을 흘리는 곳들이 인정받는 시기. 나는 그런 날이 반드시 올 것이라고 믿고 있다. 그때쯤이면 내가 이번에 만난 올 프레스 에스프레소뿐만 아니라 수많은 다국적 커피 브랜드가 한국 시장에 들어와 서로를 존중하며 즐겁게 커피를 즐길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올 프레스 에스프레소, 204쪽.

최고를 끌어내고, 그것으로 인정받아야 하고, 먹고살아야 하는 사람이 선택하기에는 쉽지 않은 신념이 엿보였다. 유행에 타협하지 않는 고집, 자신만을 위한 길을 걷는 모습이었다. 자신의 신념으로 자기 공간을 지켜내기란 어렵다는 걸 잘 알기에 이곳이 오래도록 남아주었으면, 그의 신념이 더욱 인정받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리이슈 커피, 114쪽.


매뉴팩트 커피 2호점 @https://chantalcho.com



내가 들어본 카페는 1곳뿐이었지만, 매력적인 카페들이 참 많이 있다. 홍콩 스타일의 브런치와 함께 즐기는 커피를 말하는 커핑룸이나 책의 표지이기도 한 '매뉴팩트 커피 로스터스' 2호점이 그렇다. 특히 넓은 공간과 높은 천장 그리고 화분들이 어우러진 '매뉴팩트 커피 로스터스'는 한번 쯤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공간이 돋보인다. 책에는 소개에 앞서 커피를 맛있게 즐기는 방법, 커피 기초 용어, 카페에서 볼 수 있는 커피 기계를 소개하고 있어 커피를 잘 모르는 초보자에게 길라잡이가 되어준다. 또한, 커피 뿐 아니라 그 카페의 독특한 음료와 베이커리를 추천해주어 커피에 한정 짓지 않고 카페를 즐길 수 있게 해준다. 매장마다 카페의 위치와 간단한 정보도 담겨 있어 서울이나 도쿄 혹은 홍콩으로 여행을 갈 때, 마음에 드는 카페 한두 곳을 체크하여 방문해 봐도 좋을 것 같다. 다만 함께 첨부된 일부 사진이 다소 어둡고 선명하지 않아 사진이 가지는 전달력이 떨어지는 것이 아쉽다(여행 에세이와 같은 느낌을 주려 했던 것일 수도 있을 듯하다). 일괄적인 크기의 사진이 많은데, 페이지의 여백을 좀 더 채우는 사진이 있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좋은 카페란 결국 각각의 좋은 이유가 있겠지만, 그럼에도 커피의 맛은 좋은 카페를 이루는 첫 번째 이유가 아닐까 싶다. 모두가 각기 다른 입맛을 가지고 카페를 방문하지만, 그곳을 찾는 가장 큰 이유는 자신의 입맛을 대변하는 하나의 개성 있는 그들의 커피 때문일 것이다. 커피 본연의 맛을 잃지 않으면서 그 맛을 전달하기 위해 커피를 만들어가는 그 신념은, 빠르진 않아도 커피의 향처럼 점차 사람들의 발길을 끌게 될 것이라 믿는다.


좋은 카페란 사람들을 편안하게 만들어 주는 분위기를 가지면서, 본질적인 커피의 맛을 놓치지 않고 손님을 맞이하는 직원들은 친절하며, 다른 카페에는 없는 나만의 카페라는 생각을 가질 수 있을 독특한 요소를 가지고 있는 곳. 이런 카페가 좋은 카페라고 생각한다. 로프텐, 263쪽.


글 / nauta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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