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리뷰를 작성했습니다.

단연코 단편소설의 여왕이라 불러도 좋을 아일랜드를 넘어 세계적인 작가 클레어 키건의 작품은 짧은 이야기 속 임팩트 있는 메시지를 담아내는데 그런 작가의 데뷔작을 만나볼 수 있는 단편모음집이 바로 『남극』이다.
비교적 늦게 우리나라에 알려져 인기를 얻은 작가이지만 그녀의 데뷔작인 이 작품은 1999년에 처음 선보였다고 하니 상당히 연륜이 있는 작가님이라고 할 수 있겠다.
단편모음집이라고는 하지만 생각보다 많은 작품이 수록되어 있어서 놀랐는데 그만큼 짧게 짧게 끝나는 것이 클레어 키건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겠다.

가장 처음 나오는 작품은 표제작이기도 한 「남극」으로 자업자득이라고 해야 할지, 일상이 너무 평화롭고 행복해서 시도한 일탈의 댓가라고 해야 할지... 반전의 결말이 충격적이면서 이런 일탈을 하고도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거라 생각했던 여자의 선택이 그저 놀라울 뿐이다.
행복한 결혼 생활 속에서 다른 남자와의 잔다는 것이 어떨지 궁금했던 여자는 결국 크리스마스 선물을 준비한다는 이유로 홀로 시내로 나가 더 늦기 전에 그 기분을 느껴보고자 하지만 그녀에게 남은 것은 남극만큼이나 냉혹한 현실이다.
사실 이 작품을 읽어 본 사람은 어디서 봤다 싶을텐데 이전에 출간된 『너무 늦은 시간』에 실려 있었던 작품이기도 한데 다시 봐도 충격이긴 하다.

이외에도 「키 큰 풀숲의 사랑」은 10년 전 약속을 위해 은둔 생활을 벗어나는 주인공이 만나려고 하는 사람은 누구일까 싶은 궁금증을 느끼게 하는 작품이며 「남자애한테는 어울리지 않는 이름」은 그동안 클레어 키건의 작품에서 종종 보여왔던 배우자로서 적합하지 않은 남자에 대한 이야기를 담아내고 역시나 「자매」에서는 제대로 양육을 하지 못했던 아버지가 자식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여권 수프」는 딸의 실종 후 한 남자가 겪는 아픔을 고스란히 담아낸 작품이기도 하다.
그녀의 작품은 가족이라는 테두리 속에서 일어나는 비정상적인 관계, 온전히 따뜻함으로 품어내지 못한 가족이라는 이름의 관계 속 상처받은 사람의 모습을 그려낸다고 볼 수 있는게 그것이 다소 극단적인 경우도 있지만 여전히 현실에서 보여지는 이야기라는 점을 생각하면 한편으로는 지극히 현실적인 이야기가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든다.
바로 이런 이유로 무려 열다섯 편의 작품이 담겨져 있고 400페이지도 안된다는 점에서 짧게 끝남에도 불구하고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와 울림이 결코 적지 않은 이야기라 클레어 키건의 작품은 읽고 나서 더 긴 여운이 남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