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리뷰를 작성했습니다.

서울에 자가 아파트가 있고 대기업에 다니는 김 부장, 곧 임원 승진도 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 그에겐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과 동기에 비해 뛰어나다는 우월감이 있다. 아파트 값은 살 때보다 이미 2배로 올랐고 1년 사이 몇 억이 더 올랐다. 나름 재테크도 잘한다고 생각하는 김 부장.
자신의 뛰어난 리더로 팀을 잘 꾸려나가고 자신이 없으면 팀의 프로젝트도 잘 안 될거라 생각했던 김 부장은 자신이 직장에 한 몸 받쳐 일하는 과정에서 얻은 것 이상으로 잃은 것이 많다는 사실을 조금씩 깨닫게 된다.

특히 자신보다 못하다고 생각했던 동기가 자신보다 더 비싼 아파트를 매매했고 자신이 부동산 투자 조언을 했던 부하가 사실은 부동산 투자의 귀재이며 학창시절 땡땡이나 치며 현재는 집안도 딱히 금수저도 아니였던 현재는 백수라고 생각했던 고등학교 동창이 건물주로 월 3천의 임대수익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견고했던 자신감과 우월감이란 성이 조금씩 무너지는 것을 느끼게 된다.
하나뿐인 아들 역시 대학 졸업을 앞두고 취업 공부는 커녕 장사를 하겠다고 말하고 대기업 부장 사모님으로 우아하게 살았으면 하는 아내는 억척스러운 복덕방 아줌마(김부장의 시선에서 볼 때)가 되겠다는 것인지 공인중개사 자격증 시험을 치겠다고 말한다.

자신만 모르고 모두가 알고 있던 것들이 있음을 조금씩 깨달아 가는 김 부장. 그럼에도 어디서부터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도통 알 수 없는 그는 어느 날 전무로부터 권고사직이나 다름없어 보이는 지방 공장으로의 발령을 제안 받는다.
그런 가운데 만나게 된 상무는 평소 하고 싶었던 이야기라면 김 부장에게 자신이 어떻게 상무의 자리에 오를 수 있었는지를 말하며 그에게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말하지만 최근 너무 많은 충격을 안팎으로 겪은 김 부장의 귀엔 제대로 들어오지 않는다.
그렇게 지방 공장으로 간 김 부장. 하지만 그곳에서도 왠지 어울리지 못하고 자신의 상황이 답답한데 전화를 걸어 여러가지를 물어오는 상무에게 김 부장은 어떤 대답을 원하는 것인지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구시대적이고 꽉 막힌 생각 그대로를 이야기할 뿐이다.
결국 명예퇴직이나 다름없는 제안을 받아들인 후 절망하던 때에 일전에 우연히 접한 상가 분양과 관련한 계약을 덜컥 해버리고 마는데...
김 부장의 모습은 여러모로 회사가 전부라는 인식으로 회사에 인생을 받친 과거의 우리네 아버지를 떠올리게 한다. 거기에 더해 동기보다 뛰어나다는 인식은 그를 우월감과 자만심에 빠지게 하기에 충분해 보이며 팀원을 아우르며 그들이 실력을 발휘할 수 있는 리더십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주도적으로 이끌고 가야하는 김 부장은 시대가 원하는 리더에서 점점 더 멀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스스로만 몰랐던 게 아닐까 싶다.
열심히 일한 게 죄냐고 묻는다면 김 부장의 삶이 참 안타깝기도 한데 변화하는 흐름을 파악하지 못하고 유연한 사고가 불가능하며 상대를 진정으로 인정하지 못하는 자세와 남들은 모두 자신의 한 수 아래로 보는 경직된 사고가 어떻게 보면 지금의 상황에 오게 하지 않았을까 싶고 그 와중에 큰 사고까지 치겠구나 싶은 1권의 결말은 앞으로 그의 이야기가 어떻게 될지 궁금하게 만드는 책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