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리뷰를 작성했습니다.

『환상의 책』과 함께 폴 오스터의 '환상과 어둠' 컬렉션 중 나머지 한 작품인 『어둠 속의 남자』는 폴 오스터 특유의 작가의 분신인가 싶은 주인공의 등장을 엿볼 수 있는 작품으로 이 책에서는 은퇴한 문학평론가가 등장한다.
마치 환상 문학 같은 느낌도 드는 이 작품 속에서 오거스트는 사고를 당해서 거동이 불편해 휠체어로 생활해야 하는 가운데 불면증까지 시달리고 있다. 게다가 딸은 딸대로 이혼을 했고 손녀는 전쟁에서 연인을 잃었다. 한 집에 살지만 각자가 상처와 고통 속에 살아가고 있는 셈이다.
그런 상황 속에서 오거스트가 할 수 있는 일은 이야기를 만드는 것이고 그 이야기 속에는 오언이라는 주인공이 등장한다.
이야기는 가상과 현실의 경계선이 모호한 가운데 펼쳐지기에 오언이라는 인물이 보여주는 행동은 과연 독립된 개체일까 아니면 오거스트가 창조해낸 가상의 인물로 어떻게 보면 창조자의 의지가 반영된 일종의 아바타일까하는 생각을 해볼 수 밖에 없었다.
현실 속 오거스트가 불면증에 시달리며 고통 받는 이유는 단순히 자신이 사고를 당했다거나 아내를 잃었다거나 하는 이유를 넘어 좀더 근원적인 부분이 있음이 그려지고 어떤 면에서는 이렇게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행위 자체가 그에게는 고통스러운 현실을 벗어나고 싶은 동시에 그 현식을 직시하고픈 마음에서 기인한 것임을 알기에 참 묘한 분위기의 작품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여기에 이야기 속 주인공인 오언에게 부여된 임무를 해결하기 위한 여정까지 더해지면서 작품은 마치 의식과 무의식의 경계가 모호한 가운데 펼쳐지는 환상 소설로서 과연 불가분처럼 보이는 오언과 오거스트의 여정과 삶이 말하고자 하는 바는 무엇인지에 주목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이렇듯『환상의 책』과 『어둠 속의 남자』에는 비슷한 부분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 두 작품은 외부적 요인(사고)을 통해 소중한 것을 잃고 상실과 고통 속에서 살아가는 이가 실존과 창작이라는 방식으로 찾아낸 한 인물을 통해 자신의 상황을 이해하고 그 시간을 벗어나 이전과는 다른 삶으로의 변화를 경험하는 이야기라는 생각이 든다.
그렇기에 절망적인 분위기에서 시작했으나 그러한 삶 속에서도 희망을 엿볼 수 있는 의미있는 작품들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