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리뷰를 작성했습니다.

청소년기 무엇이 하고 싶다는, 무엇이 되고 싶다는 명확한 꿈을 갖고 있는 아이들도 있겠지만 뭘 해야 할지도 모르는 아이들이 대부분일 것이고 그래서 자신이 왜 공부를 해야 하는지에 대해 이유나 목적이 없는 경우도 많을 것이다. 그런 경우 부모로서는 일단 공부해서 좋은 대학 가라고 말하지만 참 그렇게 말하는 부모도 어떤 방향을 제시해주기도 쉽지 않은게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아이들이 자신의 꿈 탐색을 할 기회조차 없는 것 또한 현실이 아닐까 싶은데 『모든 골목의 끝에, 첼시 호텔』에 나오는 락영(rock-young)은 지극히 모범적인 학교 생활을 하고 있는 학생으로 시험이 다 끝난 오후에도 스터디 카페에서 공부를 하는 아이이기도 하다. 반 친구들에겐 넷플릭스 볼거라고 말해두고.
그런 락영은 평소처럼 찾은 스터디 카페에서 엄마랑 싸우고 집을 나왔다는 지유를 만나게 된다. 모른 체 하기도 힘들고 예정대로 공부만 하고 가기도 힘든 상황 속 지유와 함께 한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그 몇 시간이 락영의 삶을 변화시킨다.


이름만 보면 뉴욕 맨해튼에 있는 유명 예술가들의 아지트였다는 첼시 호텔을 떠올리게 하지만 실상은 오래되었다는 점 말고는 동일한 점을 찾을 수 없는 부모님이 운영하는 종로 뒷골목에 위치한 LP Bar 첼시 호텔 속 음악과 단골손님들의 뻔한 이야기 속에서 자란 락영의 꿈은 너무나 현실적인 모습이라 자유롭고 몽상가적인 삶이 락영에겐 그다지 좋은 이미지가 아니였음을 보여준다.
락영이 열심히 공부하는 이유는 그런 삶과 다른 삶을 살고 싶기 때문이며 이를 위해서 오롯이 공부에 전념해야 한다고 스스로 생각하고 있던 차였다. 그런 락영의 삶이 지유로 인해 달라지는 것이다.
과연 락영이 미래에 꿈꾸는 삶은 꿈의 실현일까 아니면 단순히 부모와는 다른 삶을 살겠다는 의지의 표상일까? 그 역시 꿈이라면 꿈이고 동기부여라면 동기부여가 될 수도 있겠지만 서로가 다른 락영과 지유가 얼떨결에 친구가 되고 졸지에 지유를 향한 연쇄 벌레 테러 문제를 해결하고자 연영과 지망생인 도영까지 연결되면서 락영의 삶도 변화의 바람이 불어 온다.
이렇게 해서 벌레 범인을 잡고자 하는 락영, 지유, 도영은 함께 하는 가운데 삶의 궤도를 이탈하는 것 같지만 그 순간이 아니면 경험하기 힘들었을 이야기와 마주하고 친구라는 것을 사귀게 되고 이전이라면 몰랐던 다른 이의 외로움에 대해 생각하고 그렇게 다시 자신의 삶을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이들의 이야기 속에 첼시 호텔은 단순히 낡은 공간, 현실에서 도피한 이들의 공간만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불안과 몽상가적인 모습도 있지만 누군가에겐 꿈과 희망의 공간이고 용서와 위로를 건내기도 하는 장소로 존재하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만약 현실에서 이런 공간이 있다면 고단한 삶을 지탱하고, 내일을 위해 나아갈 힘이 되어주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