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리뷰를 작성했습니다.
미신이라고 하면 왠지 비과학적이라 야만적이고 원시적이라고 여겨질 수도 있지만 때로는 우리의 상식과 과학으로 설명되지 않는 무엇인가가 있고 만약 그 미신이 오래도록 대를 이어 전해져오는 풍습에 가까운 것이라면 존중의 필요성도 있을 것이며 아울러 그것이 목숨이나 생계와 관련한 것이라면 더욱 그렇다.
이런 류는 특히 자연 환경에 많이 노출되는 직업군인 경우 특히 주의하거나 어떤 의식을 치르는 경우가 많은데 『파선 : 뱃님 오시는 날』을 보면서도 그런 생각을 해본다.
물론 작품 속에서는 의식으로 통칭될 것이다. 비가 오지 않을 때 왕이 나서 기우제를 지내기도 했던 시대처럼 지금도 진수식에는 일종의 의식이 치뤄지고 어업과 관련해서는 아무래도 날씨가 중요하니 마냥 미신이라고 치부할 수 없는 의식이 분명 있다.
작품 속 배경이 에도 시대라는 점을 감안하면 현대에도 존재하는 의식이 없을리 없고 역시나 스무 가구도 되지 않은 어촌 마을에서 안전을 위한 의식은 낯설지 않을 터. 그런데 알고보면 그 의식이 배의 안전을 비는 것이 아니라 그 반대의 경우라면 어떨까?
마치 구덩이를 파고 동물이 함정에 빠지도록 한 뒤 사냥을 하는 이야기마냥 이 작품 속 마을 사람들은 난파를 기원하는 제를 지낸다. 이유는 충격적이면서도 공포스럽고 또 한편으로는 그들에겐 최선일까 싶은 생각마저 들게 하는데 제를 통해 난파가 되면 파선에 실린 것들을 얻어서 마을 사람들은 먹고 살게 되고 이는 어려운 살림에 다른 마을로 팔려가다시피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인데 사람이 동물을 사냥하듯 이 마을의 사람들은 난파(되기를 바랐던)된 배에 실린 것들을 사냥하는 셈이다.
요즘으로 치면 뭔가 색다른 해적질인가 싶은 생각도 드는데 그렇게 하지 않으면 내가 굶어 죽고 이웃 마을에 노비나 다름없는 하인으로 팔려갈 수도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들에겐 거의 유일하게 할 수 있는 사냥(식량이나 필요한 물품을 구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한다면 이상하지 않으려나 싶은 생각도 들어 읽으면서도 묘하다 싶었던 작품이다.
흥미로운 점은 지난 2020년 프랑스에서 〈어둠 속의 불〉이라는 제목의 영화로 개봉된 바 있다니 기회가 되면 영화도 만나보고 싶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