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봐도 여자 같은데 남자처럼 갓을 쓰고 있는 모습에서 남장 여자일 이유가 있을까 싶은 생각이 먼저 들었던 작품이다. 보통 이럴 경우 자신의 신분을 속여야 하기 때문일텐데 이것이 조선 변호사와 무슨 상관일까 싶었고 이어서 드는 생각이란 조선시대에도 변호사가 있었던가 하는 것이다.
그런데 실제로 조선왕조실록을 근거로 보면 오늘날 격의 변호사라는 직업으로서 외지부(外知部)라는게 있었다고 한다. 생각해보면 법이 통할 것 같지 않은 조선시대에도 나름 마을에서 일어나는 일은 고을 현감이 재판장 역할을 했던 것을 보면 억울한 이를 대신해 변호해 줄 이도 있지 않았을까 싶다.
이 작품은 그런 부분에 바탕을 두고 실제 사건에 상상력을 가미해 써내려 간 작품으로 주인공 홍랑이 외지부로 활약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홍랑의 집안은 증조할아버지 대부터 시작해 무려 백 년 간 왜통사 자리를 지켜 온 가문이지만 딸인 홍랑 이외에 자식이 없어(특히 아들이 없다) 왜통사를 이을 자리가 없는 가운데 어머니는 데릴사위라도 들이려고 하지만 홍랑은 결혼 자체에 부정적이다.
보통의 경우 양자를 들이거나 첩을 들이기도 하지만 부부의 금슬이 좋은지 첩은 아버지가 고사하고 양자의 경우 자칫 아버지가 죽고 난 후 왜통사 자리와 가문의 재산만 챙긴 채 홍랑 모녀는 낙동강 오리알이 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그런 가운데 홍랑의 집안에 풍파가 들이닥치는데 그것은 바로 그녀의 아버지가 억울한 죽임을 당한 것이다. 이후 그녀는 남장을 하고 자신이 가진 지식으로 억울한 상황에 놓인 힘 없는 이들을 돕는 외지부로 활약하게 되는데 놀라운 것은 작품 속에 등장하는 사건들이 대부분 실제로 일어났던 사건이라는 점이다. 특히 사건뿐만 아니라 그 사건의 송사 절차 등도 유사하게 그리고 있다는 점이 굉장히 흥미롭다.
조선시대에도 법전에 따라 이런 절차와 과정을 거쳐 송사가 진행되었다는 점인데 사실 지금의 우리나라도 3심 제도라든가 무죄추정의원칙, 그리고 변호사를 선임할 수 없는 경우 국선 변호사를 이용할 수 있다는 등의 장치가 있는데 작품 속에서는 외지부라는 역할로 홍랑이 해내고 있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여성이 직업을 가질 수 없고 제 아무리 뛰어난 능력이 있어도 외부 활동은 커녕 그 능력을 보이는 것이 오히려 문제가 될 수도 있는 상황에서 남장을 한 채 억울한 사람이 없도록 하고자 애쓰는 홍랑의 모습은 충분히 매력적인 캐릭터로 비춰지며 불의와 불공정에 맞서서 정의와 진실을 찾고자 애쓰는 모습과 억울한 사람이 없고자 하는 부분은 시대를 막론하고 지금과 많이 닮았고 그래서 그 결말이 기대되어 몰입해 읽을 수 있었던 게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