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정 작가가 자신의 이야기를 빼앗긴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는 책이다.
언제나 강렬한 이야기로 나의 혼을 쏙 빼놓는 정유정 작가가 그래서 억울한 심정이었다고 하니 너무도 궁금했다.
처음엔 책에 쉽게 몰입이 되질 않았다. 하지만 초반부가 지나면서부터 완전히 급물살을 탔고 나는 그들의 이야기에 완전히 매료되어 등장인물 모두를 의심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심리적으로 한 권의 책이 끌 날 때까지 난 완벽히 끌려다녔다.
시카고에서 메인이라는 작은 섬마을로 이사를 하게 된 세이디.
처음 이사를 할 집을 밖에서 바라보는 시점부터 세이디와 그녀의 남편 윌의 차이가 눈에 보인다.
윌의 누나가 병에 걸려 고통받다가 결국 자살을 하고 그녀의 유산과 함께 딸 이모젠을 윌에게 맡기게 된 상황.
마침 윌의 외도를 세이디는 알게 되고 그들 가정엔 위기가 찾아온다.
윌은 살던 시카고를 떠나 새로운 곳에서 다시금 시작하자며 죽은 누나의 집으로 삶의 터전을 옮기는데, 자살한 시누이의 집이어서 일까? 음산한 분위기 하며 특히나 자신을 분노에 찬 눈길로 노려보는 조카 이모젠의 눈빛에 앞으로의 생활이 예상이 된다.
세이디는 처음부터 굉장한 불안을 독자에게 보여준다. 그것에 대비해 윌은 다정하고 사교적인 남자로, 의사로 바쁜 그녀를 대신해 집안일은 물론 아이들 케어까지 하는 대학 교수로 완벽한 남자처럼 보인다.
하지만 얼마 후 그가 과거 외도했던 여자 카밀이 등장(거기다 외도가 정말 너무도 쉽다.) 하며 그가 겉으로 보인 다정함이 전부가 아님을 알게 되지만 뭔가 명확하지 않은 일들이 계속 일어나고 그 중심에 세이디가 있다.

이야기는 세이디의 시점으로 대부분 진행된다.
잘생기고 자상한 남편의 외도로 그녀의 불안한 심리는 물론이고 아들 오토와 조카인 이모젠에 대한 걱정과 의심까지 보여주니 그녀가 정말 뭔가 있구나 하는 의심을 하게 된다.
그들 가족이 이사한 지 얼마가 지나지 않아 작은 동네에서는 살인사건이 발생한다.
경찰은 세이디를 의심의 눈으로 바라보고, 세이디는 죽은 이의 남편을 의심한다.
자신을 향한 의심의 강도가 점점 심해지자 세이디는 혼자의 힘으로 사건을 밝히려 하고 그 과정에서 책을 읽는 나는 심장이 정말 쫄깃해지는 느낌을 받는다. 혹시 그녀가 사건을 밝히려 들쑤시다가 하지도 않는 일에 누명을 쓰는 건 아닌지 하는 걱정이 가장 컸다.
분명 세이디의 기억에 없기에 그녀가 범인은 아니겠지만, 중간중간 그녀의 기억이 온전치 못함을 보여주는 설정에 나는 점점 그녀 또한 완벽히 믿을 수 없다.
하지만 그때 그 마을에 다시 카밀이 나타나면서 범인은 카밀이 아닐까 하는 의심을 잠깐 했다.
그리고 언제나 추리소설에서는 가장 아닐 것 같은 이가 범임이니 혹시 그녀의 남편 윌이 범인일까 의심도 했다.
세이디와 카밀의 시점을 번갈아 보여주며 카밀이라는 여자가 아주 즉흥적이고 발칙하며 윌에 대해 완전히 스토커임을 알게 되니 더욱더 그녀가 의심스러웠다. 하지만 가장 의심스러운 이는 언제나 범인이 아니었으니 그럼 누굴까?
가끔 등장하는 살해당한 이의 딸인 마우스도 어딘가 의심스럽다. 하지만 고작 여섯 살 아이가... 그렇다면 세이디가 의심하는 엇나간 사춘기 시절을 보내고 있는 이모젠? 아니면 칼을 학교에 가져간 전적이 있는 아들 오토?
사실 나는 세이디의 추측을 계속해서 따라갔다. 그녀가 의심하는 인물은 어쩔 수 없이 모두 다 의심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결국 정말 무서운 진실을 알게 되었을 때는 얼마나 놀랐던가!

누군가를 안다고 생각하는 확신이 얼마나 무서운 일인가.
그리고 그런 이를 믿음으로서 그로 인해 가스라이팅 당하며 행해지는 많은 일들이 정말로 끔찍했다.
마지막 주인공은 스스로를 용서하는 것이 가장 큰 치유라고 했다.
어린 시절의 고통에서 한참을 벗어나지 못했고 누군가로 인해 이용당했던 지난한 시절들을 뒤로하고 그 모든 자신의 과거를 용서하는 과정을 통해 성장하고 치유한다.
책은 주인공의 심리만 완벽하게 조정한 것이 아니었다.
읽는 독자도 얼마나 끌려다니게 만들었던가.
정말 올해 읽은 최고의 심리 스릴러라고 말할 수 있는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