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시간을 주제로 한 어른을 위한 동화 <황금부리> 입니다.
저자는 IT 업계의 CEO라는 조금 특별한 이력을 가진 작가인데요, 작가는 우리가 인생을 살면서 잃어버린 것들에 대한 중요한 것을 찾아 여행하고 와서 이 책을 썼다고 합니다. 그래서 부제도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입니다.
제목부터 시작해 중간중간 나오는 주인공 포포의 애니메이션까지 어? 한편의 동화인가 싶은 기분이 들어 책을 펼치지만 막상 책을 읽어 나가다 보면 동화라고 하기엔 너무 생각할 거리가 많습니다.
백조들 사이에 있는 오리 포포. 양 부모에게 거둬져 백조들의 학교에 다니지만 짧은 다리와 독특한 외모로 그들 사이에서 살아남기가 만만치 않습니다. 더군다나 이 백조들은 발레에 목숨을 걸고 있는데요 그들의 모습은 흡사 학교에서 공부에 올인하고 있는 인간의 모습을 보는 것 같습니다.
백조들은 발레를 위해 날개뼈를 빼기도 하고 하루에 말린 물고기 한 개만으로 버티라고도 합니다. 그리고 밤이면 다리 찢기를 하느라 다들 고통에 몸부림치는데요, 이런 모습은 성공을 위한 비틀린 욕망을 보여주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포포는 태생적으로 오리이기에 이들이 하는 발레 동작이 될 리가 없겠지요. 매일 힘든 학교생활이 계속 되는데요 다행히 포포에겐 친구가 있습니다. 너구리 모리와 달팽이 이오입니다.
발레를 하지 못하는 백조는 완전히 무시해버린 속에서 그 구박이 극에 달할 때 포포는 신기한 부츠를 발견합니다. 우주의 신비가 담겨 있는 '신비 부츠'인데요, 이 부츠는 원래 완벽한 발레 동작을 해낸 새만이 가질 수 있다고 하지만 포포가 부츠를 신는 순간 그의 발에 딱 맞게 되고 포포는 황금 호수의 비밀을 찾기 위해 여행을 떠나게 됩니다.
동물들의 세계지만 인간의 세계를 의인화해서 보여주는듯한 모습들. 여행을 하며 여러 동물들을 만나고 그 속에서 느낀 포포의 생각들.
책 속에 등장하는 여러 동물들은 여러 인간 군상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쉽게 읽히는 어른들의 동화는 아니었습니다. 작가의 상상력이 돋보였고 그 상상력을 따라가기에 어쩌면 이미 생각이 굳어진 어른이라 힘든 면도 있었습니다. 다행히 중간중간 나오는 일러스트 덕분에 가끔은 끊어진 상상력을 이어갈 수 있었습니다.
어른을 위한 동화라고 쉽게 생각했지만 생각보다 심오했던 책 '황금부리'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