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여 전쟁중이다. 전쟁의 세밀한 배경을 제대로 파악하기는 힘들더라도, 러시아가 강력한 군사력을 동원하여 ‘돈바스’ 지역을 우크라이나로부터 러시아로 편입시키기 위한 지정학적/정치적 이유를 가지고 현 전쟁을 일으켰다는 정도는 우리가 알고 있다.
이 책의 여는 장에서 저자는 작금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선행수업과 같은 사건, ‘러시아가 2014년 우크라이나의 크림반도를 어떻게 자국에 합병시켰는지’에 대하여, 우리에게 익히 알려진 군사적 무력 동원 외에 어떠한 수단과 작업(?)이 동원되었는지에 대해 독자들에게 설명하고 있다. 세부 히스토리를 모르는 대다수에게는 다소 충격적일수도 있는 SNS 네트워크 상의 디지털 공작이 명료하게 있었음을, 저자는 확실한 숫자적 데이터에 근거하여 설명하고 있다.
나는 이 책의 도입부에서 굉장한 충격을 받았었는데, IT 업계에 몸담고 있다 보니 여태껏 너무 당연하게 또는 뻔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던 다양한 소셜 네트워크의 영향력에 대해 이 책의 깊고 과학적인 분석을 통해 여러가지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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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서 저자는 우리 삶에 깊게 침투한 ‘소셜 네트워크 시스템’을 ‘하이프 머신’으로 정의하고 있다. 하이프 머신이 작동하는 기초적인 작동 원리, 하이프 머신의 긍정적인/부정적인 영향과 그 영향의 범위, 인간의 뇌과학적/사회적 특질이 어떻게 하이프 머신에 빠져들게 되었는지, 하이프 머신이 우리의 삶에 끼치는 정치적/사회적/경제적/과학적 영향력은 어디까지인지, 그리고 하이프 머신의 여러 위험요소를 지양하면서 우리가 앞으로 어떻게 하이프 머신의 긍정적인 역할을 수용하고 더 나은 미래로 나아갈수 있을지에 대해 길고 깊고 섬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또한 저자는 내용의 다수 단락에서 러시아의 미 대선 개입, 페이스북 및 몇몇 거대 SNS 미디어의 영향력에 대해 반복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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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숨 쉬듯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고 SNS 활동을 하고, 좋아요/싫어요를 누르고, 친구들과 지인들이 네트워크 상에서 먹고 입고 즐기고 좋아하고 싫어하는 취향을 (제대로 소화시키지 못한 채) 흡입하고 있는 현대인들의 ‘하이프 머신’ 세태에 대해, 매우 과학적인 데이터와 여러가지 실험(사회학, 뇌과학, 경제학 등)에 근거하여 깊게 분석하고 있다. 특히 ‘2016년도 미 대선 시기 러시아의 디지털 개입(공작)’은 하이프 머신이 한 사회에 끼칠수 있는 정치적 영향력의 범위에 대해 시사하는 바가 깊어보인다.
이 책의 여러 장에서 분석되듯이, 우리는 '하이프 머신'이 좋은 쪽 + 좋지 않은 쪽으로 어떻게든 현대 인류의 삶에 깊은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미래에는 더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점을 명확히 인지해야 한다. 그리고 수없이 쏟아져 나오는 정보들에 대하여 자신만의 통찰력을 갖고 판단할 수 있는 사고력을 끊임없이 길러야할 것이다. 그리 해야 하이프 머신 속에서 자신의 주체성과 판단력을 지킬수 있을 것이다.
다만, 나는 개인적으로 이 책의 말미에서 저자가 제시한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의 ‘데이터 이동 유연성’은 아무래도 현실화 가능성이 낮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였으며, 소셜 네트워크 업계를 기술적으로 압박하는 그러한 해법보다는 저자가 제시한 다른 방식의 해법(좀 더 적용이 용이한 각종 규제와 정책의 빠른 입법)이 더 나은 미래의 선택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인스타그램을, 페이스북을, 틱톡을, 트위터를 즐기는 당신이라면, 이 책의 일독을 권한다. 스스로 충분히 인지하지 못한채 펼쳐지고 있는 이 거대한 디지털/소셜 월드의 흐름을 제대로 읽기 위해, 그리고 나와 내 자손이 그 거대한 물결의 흐름에 대책없이 휩쓸려가지 않고 이 스마트 사회에서 안전하게 원하는 방식으로 뿌리내릴 수 있도록.
읽는 동안 다소 학습이 필요한 내용들이 많은 편이나, 그러한 과정을 겪은 뒤 얻어낼 수 있는 결실이 훨씬 더 큰 책이라고 생각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