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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이브 (반양장)
- 단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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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0) - 2022-05-27
: 5,635
청소년 문학을 떠올릴 때 제일 먼저 떠오르는 단어는 '성장'과 '희망'이 아닐까. 열병을 앓듯 사춘기를 겪는 청소년이 모종의 시련 혹은 사건을 겪고 자란 뒤 희망에 부푼 채 끝나버리는 이야기들. 아름답지만은 않은 현실이지만 그걸 비껴간 이야기가 조금은 위선적으로 읽힐 때가 많았다. 나쁜 현실과 벅찬 희망을 동시에 보여주는 건 쉽지 않더래도, 온당하지 못한 부분 또한 다뤄줘야 하는 게 아닐까란 문제의식을 품은 채 말이다. 이후 오랜 시간동안 청소년 문학이라는 범주를 잊고 살다 서평 이벤트를 통해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책은 2057년 물에 잠긴 서울을 배경으로, '수호'의 오지 않은 과거를 찾아 나서는 여정을 담고 있다. 그 속에서 인물들은 삶과 죽음에 대해 고뇌하고 주변 인물들, 더 나아가 자신의 삶과 화해하는 과정을 거친다.
먼저 작가의 말에서 묘사하였던 '수축의 시대'를 바탕으로 한 이야기를 구축한 점이 새롭고 흥미로웠다. 내가 읽었던 시대의 청소년 문학이라고 하면 동시대 학교를 배경으로 한 고루한 이야기들이 대부분이었는데, 시대적 문제의식을 담은 흡입력 있는 이야기를 만들었다는 점이 경이로웠다. 또한 청소년성으로 귀결되는 이야기가 아니어서 좋았다. 꼭 청소년 문학이라고 하면 첫사랑, 가족, 친구들이 필요불가결하게 등장하고 그 속에서 이야기가 전개되며 끝나는데, 이 책은 청소년을 관계로서 묘사하지 않고 개인으로서 조망하고 있다. 이것이 마치 청소년도 똑같은 사회 구성원으로서 존중하는 느낌을 주어서 좋았다. 자식은 부모의 소유물이 아님을 보여주는 장면들에서는 자꾸만 반복되는 자녀 살해 후 자살 사건들이 떠올라 가슴이 아프기도 했다.
아쉬웠던 점은 다소 평면적이거나 구체성이 떨어지는 인물들이 있었고, 문장에만 집중한 문장들이 많아 흐름에 방해가 되었다는 점이다. 그리고 부모님과 수호 사이의 갈등이 너무나도 평범해서 이야기 전반을 뒤흔드는 사건이라 칭하기엔 미약하게 느꼈다. 그치만 생각해보면 십 년 전의 나 또한 필요 이상으로 감상적이거나 타인을 속단하던 미숙함이 있었기에, 책을 읽고 서평을 쓰는 과정에서 내가 너무도 어른이 되었다는 것을 재차 확인하며 서글퍼졌다. 몰입하며 책을 읽는 동안 뭐든 심드렁해진 마음에서 벗어나 반짝이고 생동감 넘치는 느낌을 좇을 수 있었으므로 무람없는 마음을 오랫동안 잊고 살아온 모든 이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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