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전기는 현대 문명의 근간을 이루는 에너지입니다. 인류의 활동 시간을 밤까지 비약적으로 확장시켰고, 세탁기와 에어컨 같은 가전제품의 보급은 인간의 삶을 상상할 수 없을 만큼 편리하게 바꾸어 놓았습니다. 현대 사회가 '빛공해'라는 신조어가 생길 정도로 밤새 도시를 밝히고, 그로 인해 밤하늘의 별빛이 가려질 만큼 전기를 당연하게 누리게 되면서 우리는 이 에너지의 본질적인 가치를 잊고 살기도 합니다. 《전기와 국가의 부》는 우리가 너무 익숙해져 의식하지 못했던 전기가 어떻게 사회와 국가의 부를 결정하는 핵심 축으로 작동하고 있는지를 심도 있게 파헤치는 책입니다.
저자 로버트 브라이스는 30년 넘게 전 세계 에너지 현장을 누비며 전기를 단순한 기술이 아닌 인권과 생존의 문제로 바라봐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스마트폰부터 반도체, 최첨단 의료 장비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누리는 문명의 성취는 모두 전기라는 토대 위에 세워져 있습니다. 따라서 전력망이 얼마나 안정적인가는 단순히 경제 성장의 지표를 넘어, 그 국가의 운명을 결정짓는 핵심 역량이 됩니다.

특히 저자가 주목하는 지점은 전기가 만들어내는 기회의 격차입니다. 전기가 보급되지 않은 곳에서는 여전히 수많은 여성이 가사 노동에 묶여 있고, 아동 결혼율이 높은 상위 10개국이 모두 극심한 전력 부족 국가라는 통계는 전기가 곧 현대 사회를 만드는 근본임을 보여줍니다. 전기가 들어오는 순간 교육이 시작되고, 여성이 사회로 나오며, 빈곤의 대물림이 끊어지는 과정을 통해 저자는 전기가 어떻게 문명의 번영과 밀접하게 맞물려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최근 지구온난화를 비롯한 기후문제로 인해 촉발되고 있는 재생에너지를 비롯한 미래 에너지에 대해 저자는 기후 위기 대응을 위한 재생에너지의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현실을 도외시한 낙관론만으로는 전력 부족 국가들의 생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꼬집습니다. 관념적인 낙관론에만 의존하기보다 원자력 발전을 포함한 실질적이고 지속 가능한 에너지 정책이 필요함을 강조하며, 에너지 접근성의 불균형이 초래하는 사회적 불평등을 해결하기 위한 현실적인 대안을 모색합니다.
《전기와 국가의 부》는 전기가 어떻게 문명의 토대가 되었는지, 그리고 왜 전기 접근성이 국가 간 부의 격차를 결정짓는 핵심 열쇠인지를 이해하고 싶은 독자들에게 훌륭한 길잡이가 될 것입니다. 이 책이 던지는 질문은 우리에게 기술적 이해를 넘어, 미래 사회가 나아가야 할 에너지 정책의 방향을 다시금 깊이 고민해 볼 기회를 제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