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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곰공주님의 서재
  • 묘하게 다정한 날들
  • 희서
  • 15,120원 (10%840)
  • 2026-01-30
  • : 970

#묘하게 다정한 날들
#희서
#수류책방



나는 고양이를 싫어한다. 
아니, 솔직하게는 무서워했다.
그 눈, 그리고 발톱. 
게다가 어려서부터 
할머니와 엄마에게서 들은
고양이는 영물이라는 말.

대학교 1학년 때, 
알바를 마치고 
새벽에 혼자 걸어서 자취방으로 가던 길,
길가 쓰레기봉투를 헤집으며 
나에게 허리를 세우며 경계하던
그 길고양이들의 공포는 정말 대단했다. 
(+ 어릴 때 본 전설의 고향에서 
천장을 기어다니며 복수를 하던 고양이 전설도 한 몫 했다. 
ㅠㅡㅠ)
그래서 내 삶에 고양이는 없다고 생각했다.

작년 8월인가, 회사가 이사를 했다. 
가게로 친다면 2호점에 있다가 
2호점을 없애고 축소해서 본점(1호점)과 합친거다.
엄청 좁아지고 복잡하고...
출입구와 사무실 등과도 많이 멀어지는 등
환경은 더 열악해졌다.
그래도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니, 
언젠가는 적응하겠지... 했다.

미로처럼 생긴 곳이라 
출입구가 여러 곳인데
뒷문이라고 할 수 있는 곳에 
약간의 공터가 있었다. 
그리고 그 공터엔 
회사에서 나오는 부산물로
누군가가 만들어 놓은 듯한
투박하게 생긴 
길고양이집이 있었다. 

고개를 돌렸다. 
예전에 한창 산에 다닐 때
길목에 있는 편의점에서 
돌봐주던 고양이가 있었다. 
어린 고양이처럼 생겼는데, 
새끼도 낳은 엄마란다. 
배신당한 기분.
왜케 동안이야!

그래서 내가 부르는 이름은 "아줌마".
개냥이 아줌마. 
아마도 누군가 키우다 버린 것 같다고 했다.

지나다니던 사람들이 
아무리 품어주고 쓰다듬어줘도
이상하게 내가 부르면 
바로 나한테 달려와서 
다리에 몸을 부비고 골골송을 불렀다. 

그러던 어느 날, 
아줌마는 침을 흘리고 
그 좋아하는 츄르도 먹지 않았다.
하필 그 날은 토요일.
산에 다녀온 나는 계속 옆에 있어줬다. 
앞 카페 사장님이 고양이를 기르려서 잘 아는데
병원을 데리고 가야한단다.

내 머릿속에서는 온갖 생각이 버무려졌다.
우리 동네에 있는 동물병원들은 
대체로 도로변에 위치해서
주차가 힘들다. 
게다가 얘를 데리고 혼자 운전해서?
뭔가 힘들 것 같았다. 
게다가 비용은?
온갖 생각이 들었다.
나도 모르게
그렇게 속으로 주판알을 튕기고 있었던 거다. 
병원이 끝나버렸고 
안타까움을 뒤로 하고 집으로 왔다. 

그 후 고양이는 보이지 않았다. 
카페 사장님 얘기가 좀 멀리 떨어진 곳에서 
고양이별로 갔단다. 
고양이들은 자신이 죽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으려고
떨어져서 마지막을 맞이한다고 했다. 

많이 힘들었다. 
생명인데 머릿속으로 셈하고 있었던
내가 너무 싫었다. 

그래서 회사 뒷편에 자리잡은
고양이들도 애써 모른척했다. 
까만 냥이과 삼색 냥이.
그런데!
하아... 
새끼를 셋이나 낳았다.
눈도 못 뜬 새끼들을 셋이나 달고 있었다. 

알아보니 
까만 냥이가 엄마고 3번의 출산 경험.
그 아이들은 다 길에서 죽고
삼색이 하나만 남았다고 한다. 
그리고 또 낳은 3마리. 

혼자서 고군분투하며
길에서 세마리나 되는 새끼를 키우는
까망이가 안쓰러웠다.
너도 나 같구나. 

과부 팔자 홀애비가 안다고, 
그래서 챙겨주기 시작했다. 
원래 동네를 돌며 
일주일에 2번
밥주시는 분이 계신데
그 분의 공백을 
내가 채워주기 시작했다. 

혹독했던 겨울,
비바람치는 밤,  
고양이 걱정을 하기 시작했다.

아침이면 주차하자마자 
제일 먼저 고양이집을 살핀다.
꽝꽝 얼어버린 물을 바꿔주고
떨어진 사료를 채워준다. 

가끔... 생각한다. 
나... 어쩌다 이렇게 된거니?
ㅋㅋㅋ

(시에서 시행하는 길냥이 중성화도 신청해서 했음. 
2마리만... 된다고 해서 일단 2마리만.)









까망이가 엄마,
언니 삼색이는 사진에 없음. 
흰둥이, 고등어, 아기 삼색이 
이렇게 3마리가 새끼.



이래도.. 
용서해주기로 했다.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

그래도 요즘은 간식주면서
야옹! 하면 저 멀리서 열심히 뛰어와서
지켜보고 있다. 
곁을 내주지는 않지만,
내 목소리를 알아듣는 것
그것만으로도 고맙다. 

희서님도 두마리 고양이 집사이다. 
베리와 루이라는 고양이를 키운다. 
장녀였고, 아들 딸 두 아이의 엄마이다. 
혼자 모든 것을 다 감당해야 한다는
K-장녀의 무게에 짓눌려 공황장애를 겪는다. 
그리고 키우는 베리와 루이를 보며
차차 위로를 받는다. 

나 역시 K-장녀로 가장 아닌 가장이 되어 살았고, 
지금은 5마리 길냥이들에게 
위로 받으며 살고 있다. 



이 글을 보는데, 숨이 턱 막혔다. 
나였다. 나도 그랬다. 











어제도 난, 
고양이 엄마가 사 준 고양이 사료를 소분했다.



왜 자꾸 다이소에서 
이런 것들을 사들이는지 모르겠다. 
ㅋㅋㅋㅋㅋ



어쩌면 나는 고양이를 챙기고 있을지 모르지만, 
내가 하는 행동에 비해 
몇 배의 위로를 받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심지어 요즘은 고양이의 보은을 받고 있는 것 같다. 
햇살 아래 아무 걱정없이 
늘어지게 자는 고양이들을 볼 때 마다 
참 고맙다. 
고양이는...
위로다. 

*** 수류책방을 통해 이 책을 만나보았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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