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모임과 시 읽기 모임을 하고 있다.
독서 마니아들 사이에 입소문을 타고 있다 길래, 냉큼 사보았다.
<우리는 마침내 같은 문장에서 만난다>라...
우선 책의 제목부터 맘에 들었다.
특히 '마침내'라는 단어가 너무 맘에 들었다.
영화 <헤어질 결심>도 떠올랐지만, 그보다도 우리 모두는 '마침내' 어떤 삶의 장면들을 마주한 것 같은 메시지를 선물해 주고 있었다.
이 에세이는 뒤로 갈수록 문장의 밀도가 높다.
곳곳에 담아두고 싶은 문장이 많았다.
내가 만약 작가라면 내 문장으로 훔쳐오고 싶을 정도로 살짝 질투가 날 정도였다.
이렇게 멋진 문장을 어깨에 힘들이지 않고 쓰는 작가가 있었다니...
추천사를 쓴 신유진 작가의 말처럼 강윤미 시인의 글들은 견딤을 기반으로 쓰여진 문장들이라 단단하다.
그러면서도 마치 한 손으로 귤을 쥔듯 피아노를 연주하는 따뜻함과 순수함까지도 느껴진다.
이은정 소설가의 말처럼 강윤미 시인은 지금까지 독자들이 몰랐던, 문단의 숨은 고수였다.
비록 독서 모임을 통해 우연하게 알게 되었지만,
이제부터 나는 강윤미 작가의 글을 사랑하기로 했다.
사실 이 책을 읽고 난 뒤, 독서모임의 회원들 모두가 시인의 팬이 되었다.
다음에는 강윤미 시인의 시집도 함께 읽어보려고 한다.
요즘 들어 김민섭 작가님이 하시는 정미소에서 좋은 책이 많이 출간되는 것 같다.
좋은 사람이 좋은 사람들을 만나 좋은 책을 펴내는 것 같아,
독자의 한 사람으로서도 기쁘다.
집으로 가는 골목의 입구에 큰 팽나무가 있었다. 팽나무에서 뱀이 떨어지는 기이한 일이 벌어지기도 했으며, 뱀을 물고 마당을 유유히 지나가는 고양이를 목격하기도 했다.- P34
"엄마, 동문 시장 떡복이 먹고 싶다!"- P49
내가 타인의 시선과 눈길에 사로잡히면 내 존재와 까마득히 멀어져서 나를 잃어버린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P62
"엄마, 내 생각이 젖을 것 같아!"- P71
집의 불이 다 꺼지면 식물들도 잠을 잘까? 그들끼리의 수다가 다음 날 작은 잎으로 돋아나는 건 아닐까.- P95
누구나 어른이 되지만, 주변에 누가 있었느냐에 따라 어른이 되는 과정의 밀도와 질감은 다르다.- P132
밤은 내가 잠들지 않으면 밤으로 남을 것이다.- P143
누군가에게 내가 사랑하게 된 사람의 이야기를 해보지만 그들은 내가 사랑한 지점을 공감하기 어려울 때가 있다. 그래서 나 혼자 그 사랑을 독차지할 수 있다.- P188
커피는 이 모든 사정을 다 알아버려서 싫증 난 듯 금방 식는다. 식지 않게 자주 마시고 자주 쓰다듬어 주어야 한다.- P213
포도송이의 시간을 사랑한다. 보랏빛의 액체로 다시 태어난 연도를 기억하고 쑥쑥 자라나는 시간.- P227
귤 말고는 다른 생각을 할 수 없는 사람들 곁에서 나는 자랐다.- P244
아이가 그림을 그리는 줄 모르고 그림을 그리듯, 시는 배울 수 없는 것이었다.- P2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