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이트 트레인 』, 문지혁
*서평단 도서제공 @hdmhbook
✍️ 1999년 당시 20대 청년이었던 '나'의 유럽 여행기가 큰 골자를 이루고, 그 사이사이 2024년 40대의 '나'의 회상과 부연이 곁들여진 이야기다.
“소설과 에세이 그 사이 어딘가” 같은 느낌이 들어서 기묘했던 소설이다. 이 책을 짧게 요약하면 “과거의 어느 한 시절을 면밀히 톺아보고 이를 온전히 보내주는 이야기”라고 정리할 수 있을까. 책장을 넘기면서 한바탕 큰 여행을 치른 것처럼 복합적인 감정이 밀려왔는데, 고된 여행을 마쳤을 때 우리의 마음이 그러하듯 마지막 장을 읽고 책을 덮을 때쯤에 나를 찾아온 감정은 "후련함"이었다.
작품해설까지 읽고 나니 너무나도 섬세하게 직조된, 작은 디테일 하나하나 놓치지 않은 소설이라는 생각이 든다. 개인적으로 여행기를 좋아하기도 하거니와 인생에 대한 알레고리가 제대로 녹아들어 있는 작품이라 훗날 재독하고 싶다.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소설가만큼이나 평론가들을 존경하게 된다. 그들의 사고방식은 어떻게 형성된 것이며 그런 사유를 가지려면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가! 이렇게나 깊이 있는, 소설 전반을 꿰뚫어 보는 시야를 지닌 그들이 놀라우면서도 정말 부럽다😭
🔖기억을 가까스로 재구성하고 있는 지금의 나는 어쩌면 전수진의 이야기가 모두 사실인 건 아닐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거기에는 일부의 사실과 일부의 거짓, 혹은 과장이나 왜곡이나 편집이 들어갔을 수도 있다. 완전히 꾸며낸 이야기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대부분 그렇듯 우리는 자신의 삶을 서사화하고 그 속에서 특정한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행위를 통해 이 무의미한 삶을 어떻게든 견뎌내려고 하니까. p109
🔖그날 오후 나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침대에 누워만 있었지만, 사람들이 들려준 여행 이야기 덕분에 다른 방식의 여행을 몇 차례나 다녀온 것 같은 기분이었다. 그들은 자신의 여행을 말할 때 수줍어하기도 하고 머뭇거리기도 하고 진지하기도 했다. 분명한 건 그들 모두에게서 어떤 마음이 느껴졌다는 점이다. 무엇으로도 결코 훼손하거나 왜곡되거나 사라질 수 없는 마음. 그러나 동시에 너무나 연약하고 변하기 쉬우며 홀연히 사라져버리는 마음. 각자의 여행을 시작하게 됐고 여전히 지니고 있으며 아마도 여행을 마칠 때는 이전과 같지 않을 마음. 우리가 우리 자신이라고 착각하고 믿으며 바라는 마음. p128
🔖어쩌면 여행이란 대상을 사진에서 구해내는 행위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여행을 떠나서도 나는 다시 뷰파인더의 사각형 안에 대상을 가두곤 했다. 그것만이 내 여행을 증명할 유일한 방법이라는 듯이. p159-160
🔖여행의 의미를 몰랐던 거죠. 너무 뚜렷한 목적이 있는 삶이 그렇듯이, 목적을 가지고 떠나는 여행이란 그게 무엇이든 공허할 수밖에 없는 건데. 그땐 그걸 몰랐죠. 그냥 흘려보내는 게 진짜 여행이라는 생각은 전혀 하지 못했어요. p179-1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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