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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ji20936님의 서재
  • 바움가트너 (애나 일러스트 리커버)
  • 폴 오스터
  • 16,020원 (10%890)
  • 2026-01-25
  • : 1,880

『 바움가트너 』, 폴 오스터


*도서제공 @openbooks21 


✍️사고로 배우자인 애나를 잃은 바움가트너의 시선과 감정을 담은 소설. 상실과 애도, 회상과 그리움, 과거를 지나 현재를 거쳐 미래로 향하는 시간을 '사이 바움가트너'라는 인물을 통해 전달한다. 


평소와 다를 것 없는 어느 날, 냄비를 불에 까맣게 그을려 버린 사건을 시작으로 바움가트너는 잇따른 여러 사건을 겪고, 결국 그는 아내에 대한 옛 기억을 떠올린다.


<오베라는 남자>라는 책이 지닌 분위기와 사뭇 닮았는데, (좀 더 정제되고 차분한 느낌의 오베라는 남자 같았다) '어딘가 괴짜 같은 면이 있으면서도 정 많은 노인, 사랑하는 여인을 잃고 쓸쓸하고 외롭게 살아가는 남자' 같은 면들 때문인 것 같다. 애나를 직접적으로 회상하는 장면뿐 아니라, 그의 일상에서 묻어나는 여러 행동들에는 애나에 대한 사랑과 그리움이 물씬 풍긴다. 특히 상실을 환지통에 비유한 것이 굉장히 인상적이었는데,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다는 게 얼마나 큰 충격을 동반하는 일인지 느끼게 만드는 대목이었다.


(아쉬운 점도 분명 있다. 주디스라는 인물을 굳이 등장시켜야 했는지엔 끝까지 의문이 들고, 애나에 관한 꿈을 꾼 이후로 급작스럽게 변화한 바움가트너의 태도에 잘 쌓아왔던 몰입이 한순간 와사삭 됨,,,)


🔖그는 죽은 자식을 애도하는 어머니와 아버지, 죽은 부모를 애도하는 자식, 죽은 남편을 애도하는 여자, 죽은 아내를 애도하는 남자를 떠올리며, 이들의 고통이 신체 절단의 후유증과 얼마나 닮았는지 생각해 본다. 사라진 다리나 팔은 한때 살아 있는 몸에 붙어 있었고, 사라진 사람은 한때 다른 살아 있는 사람에게 붙어 있었기 때문이다. 계속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자신의 절단된 일부, 자신의 환상에 속하는 부분이 여전히 깊고 지독한 통증의 원천일 수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어떤 치료가 가끔 이 증상을 완화해 줄 수는 있지만 궁극적 치료법은 없다. p68-69


🔖그녀가 이런 이해할 수 없는 내세의 삶, 의식적 비존재라는 이 역설적 상태를 계속 유지하게 해주는 존재는 그라고 생각한다. 이런 상태는 언젠가는 끝날 것이다. 그녀의 느낌으로는. 하지만 그가 살아 있고 그녀에 관해 계속 생각할 수 있는 한 그녀의 의식은 그의 생각에 의해 깨어나고 또 깨어날 것이며, 심지어 가끔 그의 머릿속으로 들어가 그의 생각들을 듣고 그의 눈을 통해 그가 보는 것을 볼 수 있다. 어떻게 그런 일이 벌어지는지도 전혀 모르고, 어떻게 지금 그와 이야기할 수 있는지도 이해하지 못하지만 그녀가 확실하게 아는 것 한 가지는 살아 있는 자와 죽은 자는 연결되어 있으며, 자신이 살아 있을 때 이룩했던 깊은 연결은 죽어서도 계속될 수 있다는 것이다. p76-77


#바움가트너 #폴오스터 #책추천 #소설 #베스트셀러


+<바움가트너>는 폴 오스터 작가의 생애 마지막 작품으로, 이번에 애나 일러스트 리커버로 새롭게 재탄생했다🤗 원래 표지도 너무 영롱했는데, 개인적으로 이번 리커버가 더 내 취향에 가깝다. 예쁘고 아기자기한 표지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정말 눈독들이실 만한...! 게다가 이번 리커버에는 폴 오스터의 영면을 애도하는 김연수 작가의 헌정 에세이 <굿바이, 폴>이 수록되어 있어 더더욱 소장 가치가 있다. 이미 바움가트너를 읽으신 분들은 재독하면서 새롭게 읽히는 부분을 찾아보는 재미도 있을 것이다. 마음에 들었던 점은, 외국문학은 특유의 변역투 때문에 잘 읽지 않는 편인데 이 책은 거슬리는 어투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는 것! 한국문학 읽는 것처럼 정말 술술 읽힌다. 나처럼 번역체 때문에 외국소설 읽기 힘들어하시는 분들에게 한번 잡숴보시라고 권하고 싶다:) 극적인 사건 같은 건 없지만 주인공의 시선을 따라가며 시간의 흐름을 천천히 음미할 수 있는, 잔잔하게 읽기 좋은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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