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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ji20936님의 서재
  • 지상에서 우리는 잠시 매혹적이다
  • 오션 브엉
  • 16,020원 (10%890)
  • 2025-12-30
  • : 5,040

『 지상에서 우리는 잠시 매혹적이다 』, 오션 브엉


*도서 제공 @influential_book 


🔖저는 지금 그 사슴을 떠올려요. 엄마가 어떻게 그 까만 유리 의안을 들여다보며 그 안에 비친 스스로를, 엄마의 전신을, 그 생명 없는 거울에 비친 일그러진 모습을 보셨을지를요. 어떻게 엄마를 충격에 빠트린 게 짐승의 잘린 목으로 만든 그로테스크한 장식이 아니라, 박제의 모습으로 나타난 결코 끝나지 않는 죽음, 우리가 가슴을 쓸어내리며 지나칠 때에도 계속 진행되고 있는 그 죽음이었는지를요. p13-14


🔖베트남에서 우리는 “사랑해”라는 말을 거의 하지 않고, 할 때에도 거의 항상 영어로 하는 게 사실이에요. 우리에게 있어 돌봄과 사랑은 봉사를 통해 가장 선명히 발음되죠. 흰머리 뽑기, 자신의 몸으로 아들을 눌러 비행기의 흔들림과 아이의 공포를 흡수해주기. 아니면 그때 란 할머니가 저를 부르셨던 것처럼, “리틀독, 이리 와서 네 엄마 주무르는 것 좀 도와라”하면 우리는 엄마의 양옆에 앉아 팔뚝의 단단해진 힘줄부터 펴면서 팔목으로, 손가락으로 내려왔어요. 중요하다고 하기에는 너무나 짧은 그 시간 동안 무언가가 이해되었어요. 서로에게 손길로 연길된 마루 위의 세 사람이 ‘가족’이라는 단어와 동일한 무언가를 만들어냈다는 것 말이에요. p54


✍️<지상에서 우리는 잠시 매혹적이다>는 <기쁨의 황제>의 저자인 오션 브엉의 데뷔작으로, 베트남계 이민 2세이자 성소수자인 화자가 엄마에게 쓰는 편지 형식의 소설이다. 


전쟁이 사람의 마음속에 남긴 혼란과 상흔, 일상 곳곳에 스며든 폭력, 소수자라는 이유만으로 감당해야 하는 고통과 외로움, 궁극적으로 영어를 할 줄 모르는 엄마에겐 영원히 가닿지 못할 편지의 내용까지. 이 책을 한 문장으로 정의하라고 한다면, 나는 ‘처연하게 아름다운 이야기’라고 말하고 싶다.


작가의 자전적인 이야기가 많이 반영되어 있는 이 소설은 뚜렷한 서사가 존재하지는 않고 화자의 경험과 기억의 편린들, 당시에 화자가 품었던 감정들을 솔직하게 서술한 형태에 가깝다. 따라서 소설적 재미를 추구하기보다는 화자의 감정선을 천천히 음미하며 읽어야 하는 작품이다. 한국어로 번역된 글임에도 문장이 지닌 아름다움이 활자 너머로 고스란히 전해졌다. 번역된 글이 이 정도인데 원문으로 읽으면 과연 어떤 느낌일지,, 궁금해진다. 


호불호가 조금 갈릴 책인 것 같다. 은유나 비유가 많은 소설을 좋아하시는 분들/문체의 미학을 중요시하는 분들께 강추드린다👍


오션 브엉 작가의 데뷔작을 읽었으니, 이 다음은 추천해주신 분들이 정말 많았던 <기쁨의 황제>를 읽을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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