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외계인 자서전 』, 마리-헐린 버티노
*도서제공 @ehbook_
✍️ 《우연히 지구에 오게 된 외계인이 쓴 인류 관찰 보고서 》<- 이 문구 보자마자 바로 “아 이 책은 무조건 읽어야 된다”라고 생각했다. 게다가 천선란 작가님 추천사까지 있으니 더더욱...!
제목 그대로 외계인의 눈을 통해 바라본 지구의 모습을 담은 책이다. 보이저 1호가 우주로 발사되던 날, 스타워즈가 개봉되던 해, 아디나는 인간에 대해 기록하기 위해서 귀뚜라미 쌀 행성(이름 넘귀🥹)에서 지구로 보내진다. 외계인의 유쾌하고 사랑스러운 시각에 웃음이 나기도 하고, 예리한 통찰에 흠칫하기도 한다. 생각해보면 그동안 외계인에 대해 상상할 때 주로 "인간보다 훨씬 뛰어난 두뇌를 지닌 채로 지구를 침략하려는 목적을 지닌 불순한 존재라는 이미지"가 강했는데, 이 책 속 묘사된 외계인 아디나의 모습은 사뭇 다르다. 외계인과 지구인의 경계가 조금씩 허물어진달까. 책을 읽어나갈수록 그녀가 외계인이 아닌 여느 인간과 다른 없는 존재처럼 느껴졌다. 어느 한 곳에도 완전히 소속되지 못하고 외로움을 느끼지 않을 수 있는 곳을 찾아 헤매는 모습에서, 지구인을 ‘그들’이라고 부르던 아디나가 ‘우리’라고 지칭하게 되는 순간 같은 것들에서. 처음은 지구인 탐구로 시작했지만, 종국엔 인간에 대한 사랑으로 끝맺는, 그런 아름다운 이야기였다.
+이 책이 조금 더 생생하게 느껴졌던 가장 큰 이유는 우리가 익히 아는 작가이자 천문학자의 이름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아디나가 행성에 팩스를 보낼 때 "칼 세이건"이 언급되는데, 별 거 아니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이런 깨알 포인트 하나하나가 책의 몰입도를 확 높여준다고 생각한다. 게다가 은행나무 출판사... 이 책에 진심인 듯함. 현재 아디나가 은행나무 해외문학팀 인스타그램 계정 점령한 상태!!ㅋㅋㅋㅋ 궁금하신 분들은 요기로 @alien_adina👽
🔖아디나는 이렇게 누군가의 현관이 열리는 듯한 순간들이 주는 비밀스러움에 잘 어울리는 사람이었다. 오히려 그런 순간들—어른들이 인간으로서의 자신을 자각하며 스스로를 또렷하게 드러내는 유일한 순간들—을 위해서 살아간다고 할 수도 있었다. 이 순간들은 마치 그들이 이렇게 말해주는 것만 같아 묘한 위안이 되었다. 괜찮아, 아디나. 우리는 살아 있고, 너와 함께 여기에서 이 세상을 걷고 있어. _p214
🔖지구에서의 삶을 전부 빠짐없이 담아낸 보고서를 만드는 것이 임무였다면, 난 애초부터 실패할 운명이었을 거예요. 언어는 경험 앞에서 한없이 초라해요. 내가 가장 깊이 사랑했던 것들과 가장 깊이 슬퍼했던 것들은 말로는 표현되지 않았고 결국 팩스로 보낼 수도 없었어요. _p4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