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로 가야겠다는 마음을 먹고 지금까지 움직였다기보다는 저에게 가장 절박한 질문을 가지고 씨름하면서 답을 내기보다 질문을 완성해보려고 써왔습니다. 간절한 이야기를 쓰다가 어느 순간 돌아보니 여기까지 왔구나 싶은데 앞으로 어떤 궤적을 그려나갈지는 시간이 지나봐야 알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때그때 근근이 한 치 앞을 모르고 나아갈 뿐이지요.” _2016.3.7. 한강 인터뷰 중에서 (*한강은 이 인터뷰 이후로 2016 맨부커상을 수상했고, 2024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2024년 10월 10일, 한국인들의 가슴을 뜨겁게 만든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이 스웨덴 한림원으로부터 날아들었다. 한강 작가가 한국인 최초, 아시아 여상 작가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이룩하였다는 소식이 전해진 지 닷새 만에 그의 책이 100만 부 이상 팔렸다는 사실은 우리의 격양되고 요동치는 마음을 한껏 반영하고 있다. 아시아, 그중에서도 한국만이 사용하는 언어로 구성된 한국문학은 세계문학과 얼마간 동떨어질 수밖에 없었기에 이러한 거리 감각에 한강이 일으킨 파장은 더욱 깊은 의미를 지닌다.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라고 말씀하신 김구 선생님의 소원대로, 한류에 한국문학까지 힘을 보태면서 한국이 문화 강국으로의 도약에 한 발 더 가까이 다가간 셈이다.
시기적절하게 월간 문화전문지 쿨투라에서 11월의 테마로 한강작가를 선정했다. 이번 호에서는 한국문학을 전 세계에 알리며 한국문학사에 한 획을 그은 강 작가의 작품을 다양한 각도에서 심도 있게 조명하고 있다.
1993년 《문학과사회》에 시로, 1994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소설로 등단하면서 20대 초반부터 작가로서 활동하셨다는 것, 무려 동화도 집필하셨다는 것, 한때 싱어송라이터를 꿈꾸셨다는 사실까지, 알지 못했던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하나둘 접하면서 작가님에게 한 발짝 더 가까워진 기분이 들었다. 이밖에도 現 한국 예술계의 이모저모를 조명하고 있으니 관심 있는 분들은 한 번 읽어보시는 것을 추천한다.
+ 부드러우면서도 잔인하고, 강렬하면서도 서정적인 한강의 산문을 직접 느껴보시길😊 한강 작가가 생소하신 분들이라면 개인적으로 <소년이 온다>를 가장 먼저 읽을 것을 권장한다.
🔖“채식주의자는 쓴 지 10년 넘었는데 갑자기 해외에서 호평을 받는다고 그 책이 변한 것도 아니고 제가 변한 것도 아니어서 담담한 편입니다. 소년이 온다는 그 삶의 시기 동안 저의 시간과 감각과 몸을 죽은 소년에게 빌려드려 제가 썼다기보다는 소년이 쓴 거나 마찬가지여서 먹먹합니다.” (...) 사춘기 접어드는 중학교 때부터 인간은 왜 태어나고 죽어야 하는지부터 제 안에 너무 많은 질문이 생기는 거예요. 어릴 때부터 집 안에 널려 있는 책들을 보면서 살았는데 이때부터는 필사적으로 그러한 질문에 답을 찾으려고 작품들을 읽었어요. 읽다 보니 작가들에게도 별다른 답이 없고 오히려 저처럼 연약하고 답을 찾기 위해 애쓰는 존재들이라는 걸 알게 됐습니다.” _p84-86 한강 인터뷰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