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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적의 나뭇잎, 이로도리
- 요코이시 토모지
- 9,000원 (10%↓
500) - 2009-09-30
: 39
[기적의 나뭇잎 이로도리]는 따뜻하고 소박하면서도 유쾌하고 즐거운 책입니다. 읽으면 기분 좋아지는, 한 마디로 행복해질 수 있는 책이라 할 수 있겠네요. 어떻게 보면 흔하디 흔한 성공담같은 소재이지만, 이 성공은 평범하고 특별할 것 없는 보통 사람이 이룬 것이기에 더욱 와닿고 뜻깊게 느껴집니다. 갓 스물에 농협 지도원으로 발령받아 깡 산촌에 파견된 요코이시 씨는 첫출근의 포부가 산산이 깨지는 현장을 목격하고 맙니다. 그것은 바로 무기력하고 불평불만으로 가득찬 농촌 사람들의 모습이었는데, 할아버지들은 허구헌날 아침부터 깡술 먹고 행패 부리고, 할머니들은 삼삼오오 모여 며느리 험남이나 해대는, 무기력하고 패배의식에 젖어 있는 모습이었습니다. 그야말로 '구제불능'의 마을이라 생각했지요.
인구는 자꾸 줄어들고 젊은이들은 무조건 도시로 빠져나가 활기와 기운은 찾아볼 수 없고, 해마다 수입도 줄고 연금과 보조금으로 연명해가는 농촌의 암담한 현실은 마치 일본 아니라 우리나라를 보는 듯했고, 평생을 일궈온 땅과 들에서 스스로의 가치를 인정받지 못해 무기력의 늪에 빠진 농부들의 슬픔 또한 우리나라 어른들을 보는 듯했습니다. 깡산촌인 가미가츠 마을은 감귤 농사를 지어 근근이 먹고 사는데, 그나마 최고의 냉해를 겪어 감귤들이 대부분 말라 죽고 말지요. 이거야말로 그냥 죽으라는 것인가. 마을 사람들은 실의에 빠지고 요코이시 씨는 고민합니다. 과연 이 마을에서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이 죽어가는 가미가츠 마을을 살릴 수 있을까 하고요. 그리고 하나씩 하나씩 마을 살리기를 실천해갑니다.
감귤 말고 다른 작물을 키워 현금을 만들어내고 산촌이라는 마을의 특성을 살린 산나물, 버섯 등 다양한 작물들로 점차 농사를 넓혀가지요. 이렇게 저렇게 궁리하면서 마을 어른들을 독려하고, 자비를 털어 시장과 다른 마을로 현장 조사를 다니는 등 거의 '헌신'에 가까운 실천들을 해나갑니다. 책을 읽는 내내, '요코이시 씨같은 사람이 정말 있다니!' 하는 감탄이 떠나지 않더군요. 그리고 드디어 운명의 '기적'을 만납니다. 바로 요리에 쓰이는 나뭇잎 장식. '츠마모노'라 불리는 요리 장식용 나뭇잎, 꽃, 산나물 등의 사업성을 발견하고 아무도 생각하지 않았던 그 사업에 뛰어들어 가미가츠를 그야말로 일과 사람, 돈과 활기가 넘쳐나는 마을로 탈바꿈시킵니다.
책은 그야말로 쉽게 읽힙니다. 분량도 많지 않고 글도 아주 쉽게 쓰여져 있어요. 그렇지만 분량이 적다고 해서 별 내용이 없지 않습니다. 오히려 무척이나 많은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한 농업 지도원의 헌신이 이토록 엄청난 결과를 갖고 온다는 놀라운 사실. 언제나 어느 곳에서나, '미래'를 볼 줄 아는 밝은 눈의 선각자들이 헌신적으로 자신을 내던져 이뤄낸 혁명과도 같은 실천들을 통해 다시 한 번 어떤 가능성을 생각해봅니다. 그리고 이 책을 통해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의 농촌, 그리고 몰락해가는 '마을'과 공동체의 가능성을 꿈꿔봅니다. 중요한 것은 무조건 따라하는 것이 아니라 바로 그 '현실'에 걸맞은 가능성을 찾아가는 일이겠지요. 츠마모노는 그야먈로 요리의 장식성을 중시하는 일본 음식문화에서 가능한 사업이 아니겠어요. 가미가츠와 같은 환경이라 해도 우리나라의 산촌은 츠마모노가 아닌, 분명 한국의 현실에 맞는 새로운 길을 찾아야 하겠지요.
이 책이 제시하는 것은 분명합니다. 성공의 아홉 가지 조건에서 제시했듯이, 답은 늘 현장에 있고, 주민들의 눈높이에 맞는 사업이어야 하고, 정보는 열려 있어야 하는 등 확실한 지침도 내려줍니다. 심장에 인공 보조물을 달고도 여전히 열정적으로 가미가츠를 위해 뛰어다니는 요코이시 씨의 바람처럼, 이 세상 모든 나라의 마을들이 각자의 현실과 환경에 맞는 건강한 일을 찾아내고 사람들이 함께 어울려 행복해지는 그 길을 찾을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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