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지구 환경과 경제는 별로 관계가 없는 것으로 여겨져왔고, 경제 개발론자들은 경제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환경 파괴는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버릇처럼 되뇌었다. 그 반대편에 선 사람들, 흔히 환경론자 또는 생태주의자로 불리는 이들은, 이런 식으로 가다가는 경제고 나발이고 모든 것이 다 끝장날 것이라고 경고해왔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환경주의자와 생태주의자들의 경고가 맞다. 환경은 단순히 맑은 물, 깨끗한 공기, 건강한 삶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지구 환경은 곧 인간의 생존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는 것을, 이 책 [커먼 웰스-붐비는 지구를 위한 경제학]은 조목조목 얘기하고 있다.
처음 책을 접할 때만 해도 별로 기대하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경제학자가 보는 지구는, 경제론자들의 시각과 별 다를 바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물며 제프리 삭스가, 지구를 망치는 가장 큰 주범인 미국이 모국인 사람임에랴. 하지만 내 생각이 틀렸다는 것을 깨닫는 데는 단 몇 장으로도 충분했다. '지구=착취, 개발, 이용의 대상'으로 보는 시각을 당장 바꾸지 않으면 정말 돌이킬 수 없는 멸망에 이를 것이라고, 제프리 삭스는 주장한다. 그의 목소리는 절박하고 애처롭다. 그는 애타게 호소하고 있다. 우리 모두 위기를 인식하고 변화해야 한다고. 실천해야 한다고. 그리고 대다수의 보통 사람들이 일어나 정부를, 국가를, 아울러 전 세계를 움직이게 해야 한다고.
나는 이 책을 통해 전혀 상관 없다고 생각했던 지구와 경제가 어떻게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는지 비로소 깨닫게 되었다. 스스로 어설픈 생태주의자라고 생각하며, 나름대로 생태적인 삶을 실천하려고 했던 노력들이 얼마나 좁은 시야에서 비롯된 행동이었는지도 깨닫게 되었다. 문제는 전체다. 어느 한 개인, 한 나라가 아니라 지구 전체의 문제인 것이다. 인간의 삶과 지구의 관계를 뼈저리게 느끼게 해주었다는 것만으로 이 책은 훌륭하다. 단순히 개발 반대로서의 환경 보호가 아니라, 단순히 인간만을 위한 경제발전의 환상이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는 모든 삶이 곧 지구의 운명과 이어져있다는 놀라운 깨달음을 주는 책.
1800년, 화석연료를 발견하면서 인류가 폭발적으로 늘어났고 인간이 자신을 둘러싼 환경을 이용하고 관리하면서 경제 규모가 비교할 수 없을만큼 커지고, 유럽-미국-중국(아시아) 순으로 경제 중심이 바뀌는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몇 가지 사실이 나타난다. 지구가 감당할 수 없을만큼 늘어난 인구, 위험 문턱에 다다른 환경, 뜨뜻해져버린 지구, 무분별한 개발과 활용으로 바닥이 나버리는 모든 것들-화석 연료, 땅, 농작물, 삼림, 바다, 하늘까지-, 우리 인간들이 지금과 같은 속도로 경제활동을 계속해나간다면...상상도 할 수 없을만큼 무시무시한 일이 벌어질 것이라는 암울한 예언들.
그러나 묵시록을 떠받드는 종말론자들처럼, 손놓고 멍하니 '그날'을 기다릴 것인가? 제프리 삭스는 촉구한다. 지금 당장 전 지구의 협력과 공동 행동이 필요하다고. 그것으로 멸망을 막을 수 있다고. 그것은 나라와 나라가, 대륙과 대륙이 손을 잡고 해내야만 하는 힘겨운 실천이다. 아프리카의 인구를 안정시키고, 온실가스를 줄여서 지구 온난화를 막고, 가난한 나라들이 자립할 수 있도록 기술과 원조를 적극 활용해 국제 사회가 함께 돕는 것.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해온 것들이고, 어린아이들도 생각할 수 있는 방법이다. 그러나 부와 권력, 기술을 거머쥔 대자본과 몇몇 제국들은 달가워하지 않는 방법이기도 하다.
어느 생명이 멸종하는 것이 인간과 아무런 상관이 없다고 믿거나, 우리나라의 국민소득이 높아진다면 다른 나라 국민들이 굶어죽거나 말거나 상관없다고 생각하거나, 잘 살고 못 사는 것은 타고난 것이기 때문에 도와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읽지 않아도 좋겠다. 그러나 단 한 번이라도, 나를 둘러싼 이 지구의 미래에 대해 생각해본 이라면, 멸종 위기에 처한 북극곰의 운명에 마음 아파본 이라면, 먹을 것과 약이 없어 태어나자마자 죽어가는 어린 생명들에 눈물 흘려본 이라면, 이 책은 하나의 울림이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