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바로 사람 사는 세상!
네루다 2009/10/28 2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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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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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0) - 2009-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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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감동/부러움/공감/한숨/희망/절망/시기/질투...
책을 읽는 내내 이런 생각과 감정들이 끊이질 않더군요. 제일 먼저 든 생각은 '이 사람들, 정말 사는 것 같이 사는구나. 이게 진짜 사람 사는 모습이로구나'였습니다. 가족이라면 허구헌날 모여서 부모는 돈 얘기로 다투고 자식들 성적 갖고 들들 볶고, 어디 땅이 올랐나 집값이 떨어지나만 혈안이 되어 오직 자기들끼리 잘 먹고 잘 살려고 똘똘 뭉쳐 사는 것이 '대한민국 표준 가족'의 모습인 줄만 알았는데, 세상에는 이렇게 사는 가족도 있더군요. 자기비하는 발전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겠지만, 새삼 죽으나 사나 '경쟁, 성과, 성공, 돈'에만 눈들이 벌건 대한민국의 꼬라지에 그저 한숨이 나올 수밖에요.
아울러 사람답게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가는 독일사회에 대한 선망과 부러움, 68혁명을 통해 '인간이 주인되는 사회'와 '기회의 평등을 위한 교육 개혁'을 만든 토대가 너무너무 부러웠습니다. 독일뿐이겠어요. 적어도 이 책에 나오는 선진국은 우리 머릿속에 담긴 '1인당 국민소득=선진국'이 아니라, '사람이 사람을 해치지 않고, 못났다고 버리지 않고, 약자를 보듬어 함께 살아가는 나라'임이 분명해졌습니다. 국민소득 2만 달러, 5만 달러, 10만 달러가 된들, 우리 마음과 정신이 비뚤어질대로 비뚤어졌다면 무슨 소용일까요. 갓난아기 때부터, 유치원 때부터, 남을 짓밟고 올라서는 법을 자장가처럼 주입받으며 살고 있는 흉측한 우리의 자화상이 너무도 암울해서 한숨을 몇 번이나 쉬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이렇게 얘기할 사람들도 있을 거에요. '그게 뭐 어쨌다고? 독일이 별거냐? 우리는 우리 식대로 잘 먹고 잘 살면 되는 거 아니냐? 오바마도 감탄한 한국 교육의 힘을 보아라!'라고요. 근데 아무리 눈가리고 아웅, 해도 아닌 건 아닌 거잖아요. 우리가 그렇게 살고 있다고 해서, 그게 다 옳은 것은 아니잖아요. 변화의 기미도 희망도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그저 체념하고, 납작 엎드려서, 사람들 눈치나 보면서 그렇게 사는 것이 제대로 사는 것은 아니잖아요.
책을 읽는 내내 '그래. 문제의 시작도 해답도 교육이야'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지금의 독일을, 그나마 합리적인 이성과 사람에 대한 배려가 살아있는 사회로 만든 것도 바로 교육이고, 우리 사회가 요 모양 요 꼴로 돌아가는 것도 바로 잘못 된 교육 때문. 사교육을 때려잡네 마네, 공교육을 살리네 마네 아무리 지랄을 해봐도, '교육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근본적으로 바뀌지 않는 이상, 절대로 뿌리부터 변할 수는 없을 겁니다. 이명박 정부가 갖고 있는 교육관은 대체 뭘까요? 삽질 잘하는 인력 양성? 땅 파고 건물 짓는 인재 양성? '교육을 솎아내는 것'이라고, 몇년 전 어느 어처구니없는 인사가 말했다는데, 지금 우리나라의 교육은 그야말로 새싹에서부터 솎아내는 작업이죠.
일제고사로 걸러내고, 고교등급제로 솎아내고, 외고특목고로 걸러내고, 수능으로 솎아내고...이렇게 '불량품/하자품/미달품'을 걸러내고 또 걸러내면, 과연 마지막에 뭐가 남을까요? 흠 없고 티 하나 없는 완벽한 인간? 사다리의 끝은 서울대 수석입학생 딱 한 명이겠죠. 경쟁에서 승리한 완벽한 인간. 이명박 같은? @@ 생각만 해도 뇌세포가 파괴되는 기분이 드네요. 절망적입니다.
지은이에게 편지를 보내고 싶어 책을 뒤졌지만 이메일 주소가 나오지 않더군요. 편지를 보내고 싶어졌어요. 어떻게 하면 이렇게 살 수 있을까? 이렇게 자신의 욕망과 신념에 충실하면서, 나와 다름 사람을 보듬으면서 살 수 있을까? 그저 놀랍고 존경스러울 따름입니다. 단순한 '이상'이 아니라, 현실이기에 더더욱. 말과 생각은 누구나 할 수 있지요. 옳다고 생각하기는 쉽지요. '옳지만, 내가 실천하기는 어려워. 나 대신 누군가 하겟지.'라고 우리 모두 생각하며 미적거리고 도망치고 있을 때, 올바른 실천과 이상을 삶에서 풀어가는, 그 어려운 일을 해내고 있는 '괴짜가족'에게 박수를 보냅니다.
어떻게든 괴짜 엄마의 이메일 주소를 알아내고야 말겠어요. 그래서 나중에 독일에 다시 갈 일이 생기면, 꼭 연락 드려 만나보고 싶네요. 한 번만 안아달라고 응석 부리고 싶어요. 그리하여 엄마의 그 뜨거운 정열과 기운을 받고 싶어요. 빠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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