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는
버지니아 울프의 에세이를 읽으며, 문장을 기억하기 위해 노트에 적었다고 한다.
작품별로
문장들을 모으니 또 다른 작품이 탄생한격이다.
이
책은 <자기만의 방>, <올랜도>, <등대로>를 비롯하여 <버지니아의 일기>를 포함한 13작품 속의 212개의 문장들을 담고 있다.
버지니아
울프의 문체는 아름답기도 하지만, 난해하게 읽히는 부분이 있어 쉽지만은 않다.
대표적으로
‘의식의 흐름’ 기법인 <댈러웨이
부인>, <등대로>와 같이 끊임없는 상념에
따른 스토리를 담았기 때문이다.
저자는, 작가의 의식의 흐름으로 표현했으니 독자들은 이해할 수 없는 게 당연한 것이라고 이야기를 시작한다. 그래서 여러 물상이나 자연현상의 표현들을 읽고 좌절하지 않기를 당부하기도 한다.
“혹여 어렵게 다가오는 문장들이 있다면, 문장을 의식의 저편 너머로 그저 관조해
보세요. 그의 문장들을 통해 버지니아의 생애를 바라보고 그 흐름에 함께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p.17)
이
책은, 좋은 문장들을 나열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버지니아가
살았던 사회적 배경 지식과, 뜻하는 바를 담은 소설에는 사회적 현상도 같이 소개를 하고 있다.
왜
이런 문장이 나왔는지, 왜 여성 서사를 담은 캐릭터를 등장시켰는지 인문학적인 해설도 담고 있어 모르는
작품이더라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과 흥미를 준다.
그래서
문장들을 통해 감동을 느끼기도 했지만, <출항>은
내용이 궁금해서 찾아 읽고 보고 싶은 마음도 들었다.
“내면의 목소리를 찾기 위한 여행”
<출항>의 주인공인 레이첼은 외숙모인 헬렌을 통해 존재의 의미를 찾아가는
과정을 담고 있다.
아무것도
몰랐던 레이첼이 감정을 인식하고, 사회적 제약에서 서슴없이 표현하며 그로 인해 삶의 의미를 알아가는
과정이 비록 문장을 통해서지만 인상깊었다.
어떤
불편한 시선에서도 당차게 살아가는 모습에 시원함과 용기를 느꼈고, 그것은 현재를 살아가면서도 필요한
부분인 것 같다.
“그것은 이상한 것이었습니다. 한 사람은 자신이 어디로 가는지, 무엇을 원하는지 몰랐고, 맹목적으로 따라갔고, 비밀리에 너무 많은 고통을 겪었고, 항상 준비되지 않았고, 놀랐으며, 아무것도 알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한 가지 일이 또 다른 일로 이어졌고, 점차 무에서 어떤
것이 스스로 형성되었고, 그래서 마침내 이 고요함, 이 확신에
도달했습니다. 이 과정이 곧 사람들이 삶이라고 부르는 것이었습니다.”(p.51)
버지니아는
로열패밀리로 비교적 좋은 환경에서 태어났지만, 독재적인 성향의 아버지와 전형적인 현모양처의 어머니 사이에서
항상 정규교육을 목말라 했다. 버지니아가 스물 두 살 때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에야 적극적으로 사회활동을
하기 시작하며 평론과 에세이스트로 꾸준히 기고할 수 있었다.
늘
신경쇠약에 시달렸고, 어릴 때의 상처로 고통받는 삶을 살다가 스스로 생을 마감하여 우울함의 편견이 있는
작가이긴 하지만 이 책을 통해 얻는 감동은 비극도 잊게 해주었다.
이
책을 읽고 나는 오래도록 기억하고 싶은 작가가 있었는지 떠올려 봤다.
작가
당 작품 두 어 편으로는 턱없이 부족했다.
올해는
작품들을 깊게 만나보며 나만의 작가를 만나는 행운을 누려보고 싶다.
해당
후기는 리텍콘텐츠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고 작성한 솔직한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