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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쉬는책공장에서 <숨쉬는책공장 일과 삶> 시리즈를 만들어 여러 분야에서 노동하고 있는 삶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출판 노동 이야기, 톨게이트 노동자들 이야기, 노동 정책 이야기에 이어, <미르의 공장 일지>는 20대의 불안정한 노동 현장 이야기를 일기 형식으로 담았다.
책을 읽으며 아이에게 순우리말로 ‘용’이 ‘미르’라고 말해준 적이 있다.
작가의 필명이 미르고 그래서 <미르의 공장 일지>라고 하자 무슨 책이냐며 관심을 보였다.
공장에서 일했던 누나의 일기며, 공장에서 일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와 그곳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아야 하는 힘든 현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나의 잘못이 아니고 사회의 잘못이기 때문에, 혼자가 아닌 여럿이 뜻을 모아서 목소리를 내어 인권을 찾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이야기로 마무리 지었지만, 이 책을 읽기 전까지 이렇게까지 기계 부속품 취급을 받는 줄은 몰랐다.
대기업 규모의 공장임에도 불구하고 재채기 한 번으로 생산 라인이 밀리는 속도며, 생산 라인의 점검여부로 점심시간이 당겨지거나 줄어드는 일, 당일 아침에 잔업 시간이 정해지거나, 붕대를 감은 채로 다시 출근길에 올라야 하는 등 부당함의 연속이다.
안전과 잔병들은 모두 본인의 몫일 뿐, 관리자의 “나올래? 말래?”라는 말은 그만두라는 의미일지 몰라 힘든 몸을 이끌고 나온다.
더구나 기업에서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기 위해 근로기간을 줄이거나, 초초단기로 계약하는 모습은 노동자들의 불만이지만 그마저도 일자리를 잃을까 봐 지켜낼 수밖에 없다.
매번 신입 노동자들을 뽑지만, 능력을 떠나서 아무 기준 없이 정직원의 자녀거나 친척들을 뽑기 때문이다.
“우리는 시키는 대로 했다. 우리에게는 작업을 통제할 권한도, 권리도 주어지지 않았다.”(p.24)
“내가 일한 가치가 이만큼밖에 안 되는 건가 싶어 쓸쓸해지기도 한다.”(p.33)
“기계가 사람한테 맞춰서 도와주는 게 아니라 사람이 기계한테 맞춰서 무작정 생산해야 하는 곳이니까...... 마치 ‘기계 부속품 인간’인 것 같다.”(p.72)
“사람 하나 쓰러져야 변화가 좀 오려나 싶었지만 쓰러져도 오지 않는다.(p.202)
작가는, 반복되는 악조건에 대응하는 자세는 노조의 필요성으로 연결되고, 그러기 위해서는 스스로 통제 억압하지 않는 용기를, 투쟁하는 용기를 바라고 있다.
인공지능 챗봇을 활용하는 시대에 우리의 자녀들도 취업난을 겪을 테고, 경단녀인 나도 어떻게 될지 모르는 일이여서 사회 초년생의 노동 일기는 한 문장 한 문장 가슴 아프게 다가왔다.
“사람들에게 ‘일’은 하기 싫은 행위일 수도 있지만, 생활의 활력소가 되기도 하는 것 같다. 왜냐면 일을 통해 자신을 ‘쓸모’있는 사람으로 느낄 수도 있기 때문이다.”(p.38)
“다들 같은 마음으로 차이와 차별을 느끼고 있을 텐데. 개개인이 모여서 뭉쳐야 행동할 수 있을 텐데. 내가 보고 경험하는 이곳이, 부당함을 말하는 것조차 어렵고, 뜻을 모으기가 버거운 이곳이 현실이다.”(p.93)
“서열 높은 관리자가 봉건 영주 같다. 그래서 노조가 필요한 것 같다. 노동자들의 생존권을 높이려면 뭉쳐서 싸우고 쟁취하고 유지하는 것이 살길이라는 게 피부로 와닿았다. 일하면 할수록 길이 더 또렷해진다.”(p.105)
해당 후기는 숨쉬는책공장으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고 작성한 솔직한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