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목부터 끌렸던 [가족이지만 타인입니다]지만, 표지 또한 눈길을 머물게 했다.
한집에 있지만 윗층과 아래층에 있는 남자와 여자는 어떤 관계일까? 부부? 엄마와 아들? 아빠와 딸? 누나와 동생? 독자들의 현재 마음에 따라 바라보는 시선은 다를 테지만 가족임은 분명하다.
거리를 유지하고 있는 가족. ‘사랑하지만 그래서 더 미운’이란 문구가 더 아련하게 읽히는듯하다.
저자는 미국에서 심리치료사로 일을 시작하면서, 과거에 받은 상처로 불편해했었던 지난날과 만날 수 있었다. 21가지의 마음 상태를 자전적 이야기로 풀어 놨으며, 각 챕터가 끝나면 “내 마음 돌아보기”에서 체크리스트나 유형 알아보기, 노하우 등이 실려있어서 마음의 정리를 도울 수 있다.
사랑으로 이루어진 가족이지만, 서로 다른 방식의 사랑에서는 상처가 생길 수밖에 없다. 집착하는 사랑도 무관심한 사랑도 가족이란 이름에서는 관계를 위해 애써 감추며 몸만 자라나는 어른이 되기도 한다. 그렇게 자란 아이는 뒤로했던 내면 아이가 어느 순간 불쑥불쑥 찾아와 더 큰 상처를 남기며 이유도 모른 채 상처는 반복되기만 한다.
그래서 저자는 가족이지만, 적당한 거리를 두고 화해의 시간을 기다리는 것도 방법이라고 이야기한다. 아울러 더 이상 상대로 인해 흔들리지 않기 위해서는 미움을 대갚음하는 것이 아닌 용서를 함으로써 내 마음에 평안을 찾을 수도 있다고 한다.
이 부분은 인상 깊은 구절이기도 하다.
상대에게 품은 부정적인 감정은 항상 내 안에서 좌지우지하는데, 이런 부정적인 감정을 없애는 뜻이다. 그래서 자비를 베푸는 것이 아닌, 더 이상 흔들리지 않겠다는 다짐으로 해석되어 나를 위해서 용서 한다는 말이 너무나 와닿았다.
가족이라는 울타리는 있지만, 모두 다른 인격체를 가진 사람들임을 생각한다면 충분히 사랑하는 가족으로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트라우마는 일어나지 말았어야 할 일이 일어난 것이고 또 일어났어야 할 일이 일어나지 않은 것이다.”(p.20)
“아무리 부모 자식, 형제지간이라고 해도 각자는 다른 인격체다. 다른 인격체를 가진 사람들이 건강하게 살기 위해서는 각자의 영역을 존중해야 한다. 하지만 우리 주변을 보면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얽히고설킨 관계가 너무 많다. 그 안에서 서로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며 고통받는 관계들이 얼마나 많은가.”(p.96)
“사랑은 마주 보면 설레고 흥분되는 감정만을 뜻하지 않는다. 깊은 사랑은 나와 다른 상대를 이해하고 용납하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이런 노력 끝에 신뢰와 이해를 바탕으로 하는 사랑은 세상을 이길 힘을 준다.”(p.116)
“용서는 내가 받은 상처를 상대에게 갚지 않는 마음이자 더 이상 상대에게 휘둘리지 않겠다는 결심이지 상대에게 무한한 자비나 포용을 베푸는 것이 아니다. 용서는 상대가 아니라 나를 위해서 하는 것이다. 용서하지 못하는 마음에는 복수심, 분노, 우울, 억울함 같은 부정적인 감정이 늘 내재한다. 이것은 마치 스스로 독을 품고 사는 것과 비슷하기에 오래 품을수록 내 삶만 피폐해질 뿐이다. 나에게 상처를 준 사람은 아무렇지 않게 잘 사는데 상처받는 사람만 스스로를 괴롭히며 사는 꼴이 되는 것이다. 용서는 내 마음의 평안을 위해 꼭 필요했다.”(p.174)
해당 후기는 서사원으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고 작성한 솔직한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