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전 학교 운동장의 달리기 트랙, 보도블럭 등을 폐타이어를 활용하여 설치를 하기 시작한 적이 있다. 그 당시 처치 곤란이던 폐타이어를 활용하여 자원 재활용에 예산 절감이라고 크게 이슈가 된 적이 있다. 하지만 현재에 들어서는 그것들에서 환경호르몬이 검출되어 인체에 유해하다고 판정되어 설치되어 있던 것들을 다른 것으로 교체하고 있다. 재활용도 예산 절감도 결국은 돈 문제이다. 돈을 위해서 인체에 유해한 것들을 곳곳에 설치를 해놓았던 것이다. 그 당시 설치했던 업체들이 환경호르몬의 존재를 몰랐던 것일지도 모르지만…….
내가 사는 이 곳은 서울이 아니라서 종종 귀농(귀촌)한 사람들을 볼 수 있다. 그런 사람들의 대부분의 공통점이 자녀들을 위해서이다. 아토피나 피부질환을 가지고 있는 자녀들을 위해서 귀농(귀촌)을 하였고, 황토벽돌을 이용하여 지은 집에 살거나 시골 학교를 보내는 것만으로도 아이들의 질환이 많이 나아졌다고 한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모두 대도시의 공기오염이 아이들에게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믿었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나니 집 자체가 유해한 공간임을 알게 되었다. ‘새집증후군’ 이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었나보다.
처음 이 책을 접했을 때 한 장을 펼치기도 무서웠다. 일단 제목이 무서웠다. ‘쓰레기 시멘트’라니……. 이 얼마나 강렬한 제목인가! 그리고 이 책을 읽는 순간 기존에 알고 있었던 혹은 몰랐던 사실들을 알게 될까봐 두려웠다. 흔히들 말하는 몰라도 잘 살 수 있는 것이라면 알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였다. 하지만 매일 접하고 생활하는 공간들을 만드는 시멘트의 비밀을 알고자 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읽고 난 후 알게 된 지식에 두려움이 이는 것 또한 사실이다.)
『대한민국 쓰레기 시멘트의 비밀』 이 책을 읽으면서 물질적(돈)인 유혹이 인간을 얼마나 강하게 지배하는가를 느꼈다. 보통 범죄를 저지르거나 부정을 저지르는 사람들은 나는 당하지 않을 테니, 나의 가족은 해당이 안될 테니 그런 일을 저지르는 경우가 종종 있다. 하지만 책에 나오듯이 우리나라에서는 쓰레기 시멘트가 아닌 것을 찾기 힘들다는 것은 쓰레기 시멘트를 만드는 ‘나’도 그런 쓰레기 시멘트더미 속에서 살 수도 있다는 것이다. 나의 몸이 망가지더라도 돈을 벌수 있다면……. 이 것은 얼마나 돈에 대한 강렬한 욕망인지…….
시멘트가 유해하다고 방송이 된 이후 시멘트 유해성을 조사하는 것을 시멘트 협회에 넘긴 것은 책 속의 표현대로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격이다. 범죄를 저지른 피의단체가 범죄에 대해 수사하는 것과 뭐가 다르다는 말인가? 게다가 지정폐기물보다 발암물질이 많은 결과가 나왔는데도 불구하고 발표를 미룬 것은 도대체 무슨 이유에서란 말인가? 하나를 의심하게 되면 그에 따른 다른 것들도 의심하게 된다. 하지만 의심할만한 사항이 계속해서 나타나는데 의심하지 않을 수는 없는 도리이다.
반도체 폐기물도 모자라 일본의 폐기물까지 수입해 시멘트로 만드는 현실이라니……. 일본의 핵발전소 사고 이후 근처에 가는 것만으로도 방사능에 노출이 된다고 꺼려지는 현실에서 후쿠시마산 쓰레기들을 수입해 시멘트로 만들어 다시 집을 짓는 일을 하는 것은 온 국민을 간접적으로 방사능에 노출시키는 일과 다를 바 없다. 내가 살 집일지도 모르는데, 나의 가족들, 친구들이 살 집을 지을 시멘트에 이런 폐기물들을 섞는 이유가 돈이 아니라면 무엇이란 말인가…….
쓰레기 시멘트에 대해 알리고 없애기 위해서 10여 년간 개인이 한 일은 실로 대단해보인다. 어떤 환경단체도 하기 힘든 일을, 그것도 여러 시멘트 회사가 연합되어 반발하고 고소하는 등의 행정조치를 취하는데도 불구하고 이겨내고 이렇게 책까지 낸 저자의 노력이 너무도 대단해 보인다. 그 노력이 폐기물 시멘트의 관리의 제도개선이라는 결실을 맺었지만, 저자가 바라는 대로 쓰레기 시멘트가 금지되는 그 날을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