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의 말이 오히려 고통을 불러 일으키는 칼이 될 때가 있다. 나도 모르게. 그래서 아무런 말을 하지 않는 게 옳을까? 어느날 갑자기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 보냈거나, 뜻하지 않은 상황에 처해 자신 안에 영원히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남긴 사람들을 대할 때 우리는 어떻게 해야할까. 누군가 나를 온전히 이해할 수 없듯 우리는 그 고통을 이해할 수 없다. 영영. 그렇다고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아야 할까. 계속 모르는 척해야 할까.
그래서 이런 책을 읽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호주의 사회학자 마리아 투마킨은 사람들이 처한 다양한 고통을 찾고 듣는다. 그는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들을 수록 자신이 이 글을 쓸 수 있을지, 제대로 전달할 수 있을지 끊임없이 의심하며 글을 써내려 간다. 그렇게 그가 수집한 이야기들은, 건조하지만 단단한 문체로 표현된다. 화려한 수식어를 애써 붙이지 않는다. 그래서 다소 읽기 어렵지만, 어떻게 타인의 고통을 쉽게, 아름답게 읽을 수 있겠는가? 이 책은 고통에 대하여 (쉽게, 함부러, 아름답게) 말하지 않는 법을 이야기 하면서 결국 어떻게든 고통을 말한다. 이것이 바로 고통을 말하는 법이 아닐까.
절규하는 얼굴을 클로즈업하는 언론사의 사진, 영상, 현장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SNS 속 영상들이 난무하는 지금의 세상에, 우리가 어떻게 고통을 다뤄야 하는지를 명확하게 보여주는 책이다.
애도는 사실 하나의 장소다. 우리 중 누구도 거기 도착할 때까지는 알지 못하는 장소.- P73
시간은 강물이 아니다. 시간은 기차에서 만난, 몸에 와 닿는 서류 가방을 느끼며 서로를 끌어안는 두 명의 낯선 사람이다. 다시 같은 열차를 타는 일은 없을 두 남자.- P1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