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다가 시댁살이까지 하게 되면 식구는 좀 많나. 늦도록 장가 안 간, 그러나 제철 나물은 꼭 먹어줘야 하는 입맛만은 까다로운 철 덜 든늙은 삼촌까지 있으면 밥상을 차리는건 그 자체로 노동이 따로 없다. 우리는 단출히 둘뿐인데도 두 끼 정도를 집에서 연속으로 해 먹으면하루가 다 지나가버렸다. 물론 가장 고되다는 육아는 여기에 포함되지도 않았다. 그러고도 당신이 <햄릿>을 쓰거나, 로마를 정복할 수 있다면 나는 그를 위인이 아니라 신의 반열에 올려놓겠다고 수세미로기름때 묻은 냄비를 박박 씻으며 몇 번이고 속으로 되뇌었다. 나폴레옹이 밥 짓고, 빨래하고, 설거지해가며 유럽을 정복했다는 얘기는 내가과문한 탓인지 몰라도 들어본 적이 없다.
지금 만약 가정주부와 직장인이라는 선택지가 주어진다면 나는 주저 없이 직장생활을 택하겠다. 그리고 잦은 회식에 지쳐 집밥이 제일맛있다고 하셨던 아버지께는 죄송하지만 어머니가 옳았다. 이 자리를 빌려 이 세상의 모든 어머니와 아내들에게 경의를. 당신들을 진심으로 존경합니다.- P219
같이 밥을 지어 먹을사람이 있다는 것의 행복, 이적이 괜히 ‘다행이다‘라는 가사를 쓴 게아니다.- P350
…. 가진 게 없는 우리에게 지금 당장의 행복은 사치라 생각했다."
언제나 깨달음은 늦다. 진정한 행복이나 자유는 돈에서 오지 않는다.
물론 있으면 좋긴 하겠지만 그렇다고 돈 있는 사람들이 모두 행복한건 아니다. 지금, 바로 이 순간, 있을 때 잘하는 것이 진짜 행복으로가는 지름길 혹은 불행을 피하는 최선이다.
피렌체에서 보내는 진짜 마지막 밤이다.- P37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