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한창 바쁜 9월이 계속되는 가운데 지난 2주 동안은 책 읽을 시간도 모자라는 느낌이었다. 조금이라도 틈을 내서 독서하면 되는 건데, 글자를 보는 게 힘들 정도... 바쁜 게 얼추 끝나고 나니 <네가 있는 요일> 서평의 마감일이 얼마 남지 않았다. 책은 마지막 몇 장을 남겨두고 있지만 아직 끝까지 읽지 못하고 글을 쓰게 된 것에 양해를 구한다. 서평 마감일 후에라도 이 글에서 수정할 부분이 있다면 다시 작성하도록 하겠다.
<네가 있는 요일>을 읽고 많은 생각을 했다. 생각보다는 의문이라는 표현이 맞을까? 그 중 하나를 적어본다. 나는 시각의 지배를 크게 받는 인간이다보니 어떤 사람을 떠올리면 그 사람의 성격이나 가치관보다는 외형이 먼저 생각난다. <네가 있는 세계>처럼 뇌의 데이터를 여러 몸에 옮기면서 그 사람이 생명을 유지할 수 있는 시스템의 현실성(물론 소설의 시간적 배경이 꽤나 미래인 것 같지만)에 의문이 들었다. 나는 김달이나 젤리처럼, 계속해서 여러 신체에 뇌(영혼) 데이터를 옮겨 심으며 복수를 실행하려는 울림에게 협조할 수 있을까? 365(인간7부제를 실시하지 않고 태어났을 때의 신체 그대로 뇌 데이터를 유지하고 사는 사람)와 요일 7부제(신체 하나를 요일마다 7명의 보디메이트들이 돌아가며 오프라인의 삶을 사는 것)를 실시하기 전에는 나같은 의문을 가진 사람이 많지 않았을까. 인권의 문제도 있었을테고. 그러나 환경문제가 인권문제를 뛰어 넘을 한참 뒤 미래라면 내가 있기에 세상이 있다는 왕과 같은 마인드는 버리는 편이 나았으리라. 환경부담금이라는 어마어마한 금액의 세금을 내면서 무리하게라도 365를 유지하려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이게 힘든 대다수 사람들은 요일 7부제에 참여하면서 성인이 되는 순간부터 내 몸을 잃고 다른 사람의 신체를 또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며, 정해진 요일에만 현실의 삶을 산다는 것. 그 외의 요일은 낙원이라든 가상세계에서만 산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 이 말도 안 되는 정책(365, 요일 7부제 등)이 실행되는 사회에 대한 상상력이 언젠가 현실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안고 환경보호에도 더 힘써야겠다고 느꼈다. 지구가 있고 우리가 있다는 생각을 잃지 않기로...
<네가 있는 요일>은 가까운 혹은 먼 미래에 있을 법한 일들을 잘 풀어낸 소설인 것 같다. 누구나 한 번쯤 해볼 수 있는 상상(요일마다 다른 사람이 눈을 뜬다는 건 나도 해본 적 있다)에 여러 디테일을 입혀서 소설이 뜬구름 잡는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만큼 정교한 세계관을 구축했다. 책을 읽다가 의문이 드는 설정이 생기면 작가님이 내 생각을 읽기라도 한 듯, 얼마 안 되어 그 설정에 대한 설명이 등장했다. 그래서 이야기에 몰입이 잘 되었고, 뇌 데이터를 여러 몸에 옮길 수 있다는 설정 덕분에 등장인물들의 새로운 외형을 상상하는 재미도 있었다. 인물들의 개성, 극중에서 여러 장소를 이동하며 벌어지는 역동적인 이야기들, 인권과 환경, 윤리적인 문제들을 다양하게 고민해볼 수 있는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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