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서재

안현정님의 서재
  • 스터디 위드 X
  • 권여름 외
  • 13,050원 (10%720)
  • 2023-07-03
  • : 860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학교로 마인드맵을 그린다면 빠질 수 없는 것이 괴담이겠다. 오죽하면 <학교 괴담>이라는 제목의 만화영화가 있을 정도니. 나 또한 <학교 괴담>을 보고 자란 세대로서 학교와 괴담이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라는 것을 크게 느낀다. 나는 초등학생 시절, 그 만화를 덜덜 떨면서 봤고 무사히 봤다 싶으면 꿈에 귀신이 나와 놀라서 깬 적도 수두룩하다. 지금 생각해보면 뻔한 무서운 이야기일 뿐인데 학교라는 공간에서 일어났다는 것만으로도 공포는 배가 됐다. 괴담은, 특히 학교 괴담은 학생이라면 매일 만날 학교라는 공간을 특별하게 만들어주는 장치라고 할 수 있다. 익숙한 환경이 달라보이기 시작하면서 이야기가 갖는 의미가 달라지는 것이다.


<스터디 위드 X>는 여러 단편 소설들로 이루어져 있고 '스터디 위드 미'와 같은 공부 브이로그, 카톡 감옥, 트위터 일탈 계정 등과 같이 지금의 중고등학생들이 모를 수 없는 소재를 끌어왔다. 내가 중학생일 때 카톡이 생겼는데 그때는 친구들과 단체 대화를 할 수 있다는 게 신기하단 정도에 그쳤다. 그때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카톡은 악용하려면 얼마든지 악용할 수 있을 정도의 것이 되었다. 코로나 시대 몇 년을 지나오면서 비대면이 일상이 되었고, 그렇기에 카톡이 사람과 사람 사이를 이어주는 큰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카톡 감옥>과 같이 단체 카톡방 속 누군가가 내가 생각하는 누군가가 맞는지 실제로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도상현이 맞는지'를 물었을 때, D가 맞다고 한 것처럼 상대가 긍정하면 더이상 의심하지 않고 긴장의 끈을 풀어버린다. 결국 D의 정체가 무엇인지, 사람인지 귀신인지는 끝까지 밝힐 수 없었으나 <카톡 감옥>에서 말하고 싶었던 것은 학교폭력 문제와 익명성의 위험성이라고 생각한다. '카톡 감옥' 개설은 학교폭력 가해자들을 벌주기 위한 누군가(D)의 행동이었고, 이 누군가는 D라는 익명에 가려진 알 수 없는 존재다. '나'는 'D'에 대해 이상함을 감지했을 때 담임선생님에게라도 물어보아야 했을 것이다. D가 도상현이 맞는지. 오픈채팅이나 인터넷 카페 등 익명성이 보장된 곳에서는 나를 숨길 수 있다. 또, 그것을 악용하는 사람들이 만연하고 우리로선 그가 정말 누구인지 알 방도가 없으니 주의하는 것이 필요하다.


<하수구 아이>를 읽으며 나 또한 초등학교 시절이 떠올랐다. 우리 학교에도 일방적인 소문이 따라다니던 아이가 있었고, 나는 그 아이(이하 A)와 6학년 때 같은 반이 되었다. 우리는 돌아가면서 짝이 되었고 시간이 지나자 나도 자연히 A와 짝이 되었다. A를 따라다니던 일방적 소문 중 하나는 A가 머리를 감지 않아서 이가 있고 냄새가 난다는 것이었는데, 짝이 되고 보니 그 소문은 거짓이 확실했다. 이전에 그 아이와 짝이었던 아이들도 분명히 A의 소문은 사실이 아님을 알았을텐데 아무 말도 없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사실은 말로 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님을 알았던 게 아닐까 싶다. 소문이 사실이 아님은 행동으로 보여줘야만 밝힐 수 있는 것이다. '나만은 그 아이를 차별하지 않았어!'라고 은근히 나를 치켜 올리는 그런 이야기를 하는 게 아니다. 그때의 나는 다른 아이들에게 A에 대해 적극적으로 해명하지 않았다. 그냥 A와 교실 안에서 같이 이야기를 나누고, 복도를 같이 걷고 도서관에 함께 가서 책을 읽고 그랬던 게 다였다. 왜냐하면 A와의 시간은 재밌었고 우린 짝이었으니까. 다른 아이들이 걔랑 왜 다니냐고 물으면 간단명료하게 대답했다. A랑 다니는 게 재밌으니까. 시간이 지나자 A에게 다가오는 아이들이 생겨났고, A가 다가간 아이들도 있었다. 우리는 서로 다른 짝을 맞이했다. 그저 그렇게 우리는 서로에게 더 맞는 아이들과 다녔지만 같은 반에서 웃으며 인사하고 잘 지냈다.


A가 어떻게 지내고 있을지 궁금하다. 지금 A는 나를 어떻게 기억하고 있을까? 나는 A에게 어떤 아이였을까? 그 정답을 찾아간다는 마음으로 앞으로의 삶을 살아가고 싶다. 그 아이를 따라다니던 근거 없는 소문들은 6학년이 끝날 때쯤 거의 들리지 않았지만 그 아이 마음에는 그 소문으로 인한 상처가 남아있을테다. 지금은 소식조차 알 수 없는 A의 마음에서 상처가 많이 아물었기를 바랄뿐이다.


※ 창비 <스터디 위드 X> 가제본 서평단 활동을 위해 작성한 글입니다.

  • 댓글쓰기
  • 좋아요
  • 공유하기
  • 찜하기
로그인 l PC버전 l 전체 메뉴 l 나의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