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 질문이 불편하다](174p) - 안광복
객관적이라는 환상
그러나 점성술사가 아무리 점을 잘 본다고 해도, 그는 결코 과학자가 될 수 없다. 역설적이게도 점성술사는 ‘결코 틀릴 수 없기 때문‘이다. 행성의 움직임이 예측을 빗나갔을 때, 천문학자는 새로운 가설을 세워 왜 빗나갔는지를 설명한다. 그리고 이를 통해 모두가 공감하는 더 나은 이론을 만든다.
하지만 점성술을 그렇지 않다. 누구나 받아들일 수 있는 ‘점성학‘을 만들 수는 없다. 점괘가 들어맞지 않았다고 해서, 이를 객관적으로 뒤집을 수는 없다. 제각각 자신만의 방법으로 새롭게 해석할 뿐, 보편적인 ‘이론‘일 수가 없는 것이다. 따라서 점성술과 관상학 같은 ‘사이비 과학‘은 세월이 흐르는 만큼 더 확실한 지식을 주는 쪽으로 진보하지 않지만, 진정한 과학은 진보한다. 이제 우리는 과학을 과학이게끔 하는 확고한 증거를 찾은 것 같다. 즉 객관성과 확실성을 보증할 수 있는 과학 지식이란, 바로 반박할 수 있는 지식이다. 그리고 반박 할 수 있기 때문에 과학 지식은 역설적으로 확실하고 객관적일 수 있다. 또한 이 때문에 더 정확한 지식 체계로 진보할 수 있다.
때로는 논리적 반박보다는 통쾌한 무논리에 감동받았다. 최근읽었던 [우리가 매혹된 사상들]에 등장했던 ˝낭만주의˝적인 사고 방식 때문이려나. 이제는 어른스러워 져야할 때가 되었다. 충분히 어리석었고, 논리보다 감정에 치우쳤으나, 이제 어른이 되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