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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님의 서재

바쁘게 살면서 자신을 돌아봐야 한다는 생각이 들면 나는 습관처럼 소설책을 읽는다. 소설을 고르는 요령은 딱히 없다. 이건 순 우연이다. 얼마 전 버스를 기다리다 오랜 벗을 만났다. 그 벗이 소개한 책이 <파라다이스 가든>이다.
잘 읽힌다. ‘붉은 능소화가 진 뜨락에 개 발자국이 낭자했다.’ 첫 문장이 암시하는 게 뭔가 있다. 꽃이 질 때 모가지 채 뚝 떨어지는, 온 몸을 던져 사는 사람의 삶을 연상케 하는 붉은 능소화와 어지러운 발자국. 아니나 다를까. 소설은 잘 짜여진 변주곡처럼 정신없이 독자들을 몰고 간다. 가면서도 자꾸 자신을 돌아보게 한다. 이 너저분한 현실 속의 나를.
‘최근에는 내가 아니라 다른 누군가의 삶을 대신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더군요. 조직의 요구에 이리 몰리고, 저리 쏠리면서, 이제는 나라고 내세울 만한 게 뭔지를 잊어버린 사람, 이건 아닌데 싶으면서도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고 풀숲에서나 몰래 말하는 그저 착한 회사원, 불신과 반목 속에 일하고, 또 일하다가....’
그러다 제목에서 기대했던 것처럼 파라다이스에 대한 얘기들이 서서히 나오기 시작한다.이상향, 무릉도원, 샹그릴라, 유토피아,아카디아, 엘리시온, 엘도라도... 뭐 그런 것들. 현실에서는 다가갈 수 없는 곳들이니까, 소설 속에서, 다른 사람의 이야기 속에서 그런 곳에 대한 얘기를 들으면 눈이 번쩍 뜨인다. 이 소설 속 주인공 김범오도 얽히고설킨 너저분한 현실을 떠나고 싶어할 때 그런 비슷한 곳에 사는 한 친구의 편지를 받는다. 도원수목원. 강원도 도원리에 있는 수목원. 이야기는 간단하다. 이 수목원을 지키려는 사람들과 이를 매입하려는 대기업과의 싸움. 어차피 이야기는 이야기다. 이야기는 줄거리를 놓치지 않게 하는 장치다.

내가 보는 것은 ‘녹색’이다. 사람들의 진정한 행복. 함께 어우러져, 배 두드리며 사는 즐거움. 그런 곳으로 가는 길이 어찌 쉬울까. 그럼에도 잠시 즐겁게 빠져보았다. 소설 속의 무수한 녹색 이야기가 청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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